#. 기어이 보내야 할 가을과 서운한 인사도 나눌 새 없이 털썩 눈이 내렸다. #. 별리 아닌 격리, #. 그렇게 겨울이 되었다. #. 입동 지났으니 눈이 오든 얼음이 얼든 겨울의 적법 통치이다. #. 선홍색 단풍잎 위에 쌓인 하얀 눈의 대비 그저 춥고, #. 이제부터 산골짜기는 겨울 치하, #. 하늘은 여전히 흐린 채 일기예보의 비를 언제든지 눈으로 바꿔 뿌릴 수 있도록 채비가 탄탄도 하여 #. 적사장의 모래도 제법 임전태세를 갖추어 가는 날들, #. 먼 곳의 소리들이 이승의 가장 낮은 곳에서 들리는듯한 이명 같은 징후들, #. 여전한 철딱서니 결핍 증상으로 넉가래 보다 눈썰매 먼저 찾아 놓았으니 #. 겨울과는 또 이렇게 냉랭한 동거를 시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