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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가을 나들이

햇꿈둥지 2021. 10. 18. 05:20

 

 

 

#.

이번 주 며느리의 둘째 출산 전에

응원 차 나선

서울 나들이 길,

 

#.

여기에 얹어

김장 전 젓갈 구입을 해야 한다는 아내의 음모 속에

낑겼다.

 

#.

새우젓 배에 잡혀 가나

새우젓을 위해 잡혀 가나

남자에겐 다 위험하다.

 

#.

짐꾼 역에

물주 역에,

 

#.

다만 위로되기는

출렁이는 물속에서 잡혀 왔다는

눈 맑은 전어와

등 굽은 새우 한 접시,

 

#.

동서의 집에서 낯 선 하룻밤을 보내는 사이

산골에는 한파주의보가 있었기에

되돌아 당도해 보니

이제 막 물들어 가던 가을은 요절해 버렸고

흥건한 추위만

점령군처럼 진주해 있었다. 

 

#.

떠나기는 가을 날

돌아 오기는 겨울 날,

 

#.

군집한 아파트와

차들이 미어터지는 수많은 길과

함부로 햇빛을 튕겨내는 윤기 나는 차들과

그 숨 막히는 도시를 차창 밖으로 훔쳐보는 내 내

이 시절의 모든 사람들 조차

멸종 위기종이 분명하다는 우울한 생각들,

 

#.

다시

인디언 보호구역 같은

산골짜기로 돌아왔다.

 

#.

구들방에 불 넣은 뒤

연한 갓으로 겉절이를 만들어 받든

가난한 밥상 앞에서

비로소 안도하였으므로

 

#.

열 이틀

치렁한 달빛 끌어 덮어

다독 다독

잠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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