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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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은 봄날

#. 찰박 찰박 젖은 걸음으로 하루종일 비 오시더니 #. 심긴 작물들은 여전히 소식이 없는데 껑충 까치발로 자란 밭고랑의 풀들, #. 알록달록 흐드러졌던 꽃잎들이 작은 바람에도 속절없이 떨어져 밭고랑을 분홍색으로 점묘했다. #. 비틀걸음으로 봄빛 속에 흔들리는 나비가 꽃잎인지 허공에서 쏟아져 내리는 꽃잎이 나비인지, #. 새 싹 보다 먼저 꽃향기 부터 올올이 자라 오를 듯, #. 이 산골 저 골짜기에 둥지 틀어 사는 세 부부가 잊을만하면 한 번씩 만나는 모임이 있다. #. 많지 않은 세 집의 모임조차 날 정하기가 여의치 않아 이렇게 저렇게 상의를 한 끝에 결국 아침 모임이 되었다. #. 이 산꼬댕이에 이른 아침부터 영업을 시작하는 음식점이 있다는 거 이른 아침부터 손님이 있다는 거 경이롭다. #. 사람 ..

소토골 일기 2024.04.23

연두 세상

#. 새벽 걷기 운동, 쉰 목소리로 비둘기 울고 오늘 아침 처음으로 뻐꾸기 우는 숲 속 작은 길을 열심히 열심히 걷고 있는 중인데 슬그머니 옆에 멈춘 차 한 대 버스 타는 곳은 한참을 더 나가야 하니 기어이 옆 자리에 타라는 말씀, #.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 #. 결혼 전부터 고양이 한 마리를 애지중지 키우던 아들이 이제 그만 시골살이를 시키겠노라고 불쑥 안고 내려왔다. #. 시방 천방지축으로 마당을 뛰어다니는 네 놈 더하기 한 놈... 하여 내 뜰에 고양이 넘치나이다 #. 일찌감치 토마토 모종을 심고 오이 모종을 심고 심고 또 씨앗 넣기를 하여 사월의 열흘 넘은 날들이 연두 싹을 틔우기 시작했고 #. 뒷 산 싸리나무 꽃이 밤마다 흰 포말로 밀려오기 시작했다. #. 눈에 띄는 모든 것들이 입안에..

소토골 일기 2024.04.17

과연 봄 이로다.

#. 부모님 선영 오름길이 지난해 비로 차가 다닐 수 없을 만큼 망가졌다. #. 그걸 고치는 일로 왈가왈부 끝에 힘을 모아 팔을 걷어 부치는 것이 아니라 관할 면사무소에 민원을 넣기로 했다는 거다. #. 하여 햇빛 포근하던 지난주 꼬맹이 트럭에 산꼬댕이 돌을 가득 싣고 가서 한나절 용을 쓴 끝에 뚝딱 고쳐 놓았다. #. 스스로의 방식을 폐기하고 점 점 영악해지는 세태, #. 부모님 묘소 서너 곳에 멧돼지와 오소리의 짓으로 보이는 흔적들이 있어 이 또한 이마빡 흥건한 땀의 노고 끝에 복구, #. 상석에 향 피우고 술 한잔 따라 올린 뒤 간곡히 말씀드리기를, 밖에는 꽃이 피기 시작했어요 집 안에만 계시지 말고 밖에도 나와 보시고 멧돼지 또 오거든 땅파기 전에 좀 쫓으세요 쫓는 거 귀찮으시면 전화 000번으로..

소토골 일기 2024.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