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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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 놓고 겨울,

#. 1년 만의 검진,의사 선생님은 이제 그만 오라고 하고환자인 나는 한사코 또 오겠다고 하고것 참~#. 상강이 지났으니서리가 내리든얼음이 얼든 하늘 탓 할 일 하나도 없겠지만#.단풍이 되어 보지 못한 나뭇잎들이푸석한 얼굴로우수수 쏟아지는 일,#.괜스레 딱한 마음,#.그리하여시월의 마지막 날,산꼬댕이 뜨락은맘 놓고 겨울이다#.아내가 아주 조심스럽게 기동을 시작했다.#.몸무게는 반,잔소리는 곱,#.오전에 시작한 수술이자정 넘은 시간까지 이어지던 그 밤,뼈저리게 느꼈었다내 죽음보다 더 무서운 일은이 세상 가운데홀로 살아남는 것이란 걸,#.그러니그까짓 잔소리 배로 늘려하든 말든,#. 건강 검진을 예약 하겠노라고 찾아간 사람팔뚝지를 걷게 하고는한쪽에는 코로나를또 한쪽에는 독감 백신을 주사 하였으므로살짝 어지럽고..

소토골 일기 09:13:56

시월 허공의 삭풍,

#.여러 날 비 내리다가은총처럼 반짝 햇볕이 든 날,#. 시월의 물기를 머금어 눅눅하던 이불을 빨아산골 빨랫줄에 널었다.#. 질척한 날들을 젖은 걸음으로 돌아온시월,#.빨래 사이의 하늘이새로 끊어 널은 옥양목 빛으로 조심스럽게 푸르다.#.첫새벽에 잠 깨어법화경 한 줄을 읽던 시간#.먼 도시로 떠난 친구가 보낸뜨겁고 거룩한주님의 말씀 한 송이,#.지난 저녁 티비마다이른 서리가 올지도 모른다고 입방정 이더니새벽좁은 창문 틈새를 밀치고 들어서는 모서리 날카로운 바람 한 줄기,#.입 벌어지게 더웠던 지난여름을다독다독 용서하고함실 고래 가득 불을 넣어야겠다.#.연일 흐림과 찔끔 비 끝에문득 추워진 오늘 아침,도시의 동무들은 강령하신지씰데없는 오지랖,#.노다지 성당엔 은제 올 거냐고 염불을 하시는 아랫집 할머니가 ..

풍경소리 2025.10.24

가을 유영,

#. 이동식 서가 하나를 마련했다.#.냉장고 좁다고냉장고 하나 더 사는 아내와#.쌓인 책이 많아졌다고서가 하나 더 세운 나,#.천생의 연분,#.10월 열여드레의 날을 되짚어 보니열이틀 비가 내리고닷새 동안 흐리고,#.결국듬성하게 흐린 날들을 만들어쓸데없는 비 뿌리느라고 고생하신 하늘의 휴식기를 마련 하거나또 다른 비를 준비하거나...#. 그리하여 이 고운 가을날들을찰박찰박 젖은 걸음으로 건너기, #.공통의 가을 패션은 비 옷이 되고도빨강 우산파랑 우산찢어진 우산,#.이번 가을엔물기 가득한 기억들로눅눅하게 외롭고질척하게 그립고,#.이 가을 끝나기 전에등때기에 지느러미 하나 솟을 것 같다.#.오랫동안 치료 하던난청은장애 진단을 발급하는 일로 종결되었다.#.그리고는보청기라는 보장구의 처방,#. 그러나무심한 ..

소토골 일기 2025.10.18

하느님의 반칙,

#.명절 뒷 날부터인후통의 시작과 함께 불면의 뒤척임으로잠 길이 몽롱 묵직하였다#.기억의 갈피 속에 납작하게 압착되어 있던 사람들이무순위로 남의 꿈 길에 난입하여멱살 잡고 뒤통수 날리고이러니 이노무 꿈 계속 꾼들 무엇 하겠나 싶어 깨고...#.기왕 아픈 거이왕 못 자는 거읽다가 덮어 두었던어느 여류 심리학자의 책 한 권을 읽다가 읽, 다, 가,,,날 밝을 새벽쯤에는 실신의 경지에 이르고 말았다.#.불면의 극복,역시 책 속에 길이 있다.#.명절 연휴에도박애 정신으로 무장한 의사 선생님이 있어낡은 몸의 온갖 증세들을 소상히 일러바치고코로나 검사와된통 아픈 주사 두 방과한 봉지의 약을 받아 왔으므로감기 너는 이제 쫑 난 거다... 했는데#.처방에지구 회전에 대한 감각 상승효과가 있는 건지 어지럽고,신체 건조 ..

소토골 일기 2025.10.12

분할 명절,

#.그리울 것도설렐 것도 없는 추석 앞 뒤로 긴 날들이 휴일로 늘어서 있어서한적하던 산꼬댕이 고샅조차 제법 북적 하니기어이 명절이다.#.아무도 전을 굽지 않고솔잎 깔아 송편을 찌지 않았으므로생략과 생략편의와 편의,#.아이들 마음대로연휴의 시간을 반분하여밀물이 되기도 하고썰물이 되기도 하는 시끌복작과 어수선,#.하루에설거지 세 번,밥 짓기 두 번,간간히 집 안 청소 후에화룡의 점정으로솎음 무 김치 담그기,#. 연휴의 긴 긴 날들이일향 만강치 못하였다.#.자고 나면손가락 관절이 모두 아픈 증세,어떻게든 늙어가고 있는 거다.#.졸음에 겨운 5학년이 베개를 들고 내 옆으로 와이 모든 고단을 한 방에 잠들게 하는 밤,#.아내의 일로 심란했던 일들이시간 가는대로 정리되어 가고 있으므로다시먹 갈아 글을 써 볼 요량으..

풍경소리 2025.10.08

후유증,

#.세 번의 수술다섯 번의 입원황사 날리던 4월부터 9월의 끝날까지황망한 날들이었다#.머리가 하얗게 세고몸무게는 반으로 줄어든 상태거니아내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으므로마을 부녀회에서 무사 귀환을 축하한다고 모인 자리#.아랫집 아흔 되신 할아버지가 자리에 계시길래 함께 인사드렸더니만잠시 굳은 얼굴로 쳐다보시다가이내 소매깃을 잡아당기셨다그리곤아주 노기 띤 표정으로 일갈하시기를#.자네 그 좋은 사람 어디다 버리고 새 장가를 갔나?

소토골 일기 2025.10.01

가을 유희,

#. 시린 이슬 내리는 이른 새벽풀벌레 소리로 들리는 가을 옹알이에 잠 깨어뜨락에 내려서니#.산골 누옥의 뜨락에가을 초대장 같은 낙엽들이 함부로 뒹굴고 있었다.#.떠날 채비를 마친 구월 등 뒤에가만히 옹크려 있는시월의 시린 발등,#.하루를 더 죽음 앞으로 다가앉으니어제까지 끌어안고 있던 근심 걱정들이깃털처럼 가볍다.#.문득반가사유하여 법화경 한 줄로 선 잠꼬대를 하노니#.사랑할 만한 것에 대해서도집착하는 마음을 내지 않고...#.환장하게 뜨겁던 여름도몇 번의 비로피시식 삭아 버려서귀또리 울음소리 따라서늘하게 들어서는 가을 발자국들,#.이웃 도시에 살던 후배 하나가여름 더위 스러지듯생을 마감했다.#.나는 점 점평균의 보편,보편의 평균을 넘어선 날들을 살아내고 있구나죄송하고도눈물겨워라.#.뜡국 샬람이 만든화..

풍경소리 2025.09.30

추분 넋두리,

#.처서가 지나면 모기 입이 삐뚤어진다는데어젯밤에는처서 지난 지 한참에 백로에 추분도 지났으니모기 입이 삐뚤어지고도 두 바퀴쯤 꼬였을 법 한데죽기 작정하고 내 손등을 물었으므로구월하고도 하순의 한밤중에 내 가엾은 손등이 삐뚜로 가려워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할 수 없이 신통방통한 연고 하나 삐뚜로 바르고 나서야다시 잠들 수 있었다.#.문득자다가 생각해 보니가을 깊어가는 산 중에서모기도 참 애 많이 쓴다 싶었다.#.새벽 창문을 여니환청 같은 풀벌레 소리들,#.옛날의 삐뚤빼뚤 모습대로 포장되었던 시골 길들은이제선형개량과 확장으로 손질을 해서거의 고속도로급으로 진화 했는데길 가마다황제 짬뽕마약 짬뽕 하고도이런 짬뽕 저런 짬뽕... 등 등의 삐까뻔쩍한 이름표를 달고마을에 사는 사람은 물론지나다니는 모두를 유혹하여..

풍경소리 2025.09.24

가을 깡다구,

#.가을비 한번에 내복이 한 벌 이라더니비와 비 끝에 소슬한 추위,#.부랴부랴긴 옷 꺼내 입고더운 여름을 돌고 돌아 어렵게 도착한 가을을겨울 옷 차림으로 맞이한다.#.망을 씌우고수시로 문안하여 지켜 낸배추 무가 제법 소복하니이제김장을 꿈꿔도 되겠다.#.갈수록 고단한시골살이,#.달랑무를열 번에 열한 번딸랑무로 발음하는 아랫집 아우가기어이 딸랑무를 나누어 주겠다고각오에 각오강조에 강조를 했으므로#.겨우내 그 딸랑무를 먹고나면목젖에 방울 하나 매달릴 것 가트다#.산까치들 소란스럽던 한낮홀로 심었던 쪽파들도쪽쪽올라오기 시작했으니몸무게가 반으로 줄어든 마누라여힘을 키워 김장을 하기로 합시다#.게장에 대한 꿈을 안고 친가에 갔던 2학년은어찌어찌한 사연으로 꿈을 이루지 못하고 돌아왔다고 했으므로이 소식을 전해 들은2..

풍경소리 2025.09.20

모 아니면 도,

#.새벽 잠 길이 살짝 추운 듯하여창문 닫고이불 끌어 덮고,#.덥거나춥거나#.하늘조차모 아니면도,#. 갑자기 태극에 열심이다.#.인문 공부 중인 도반 하나가어태극이 뭣이? 냐고 물은 것이 씨앗이 되어그 물음에내 궁금까지 얹어가뭄에 단비 같은 답을 전해 줄 욕심으로,#.아내의 마지막 수술 날짜를 정한 뒤이런저런 검사를 마치고 집에 들어 서 보니#.주말의 이틀 동안 꼬박주방을 지키고 선 채음식을 만들고 그릇을 씻다가 돌아 간 며느리의 문자 하나,#.설거지 꺼리들을다 정리하지 못하고 돌아와 마음 무겁다... 는,#.그 무거운 마음,내겐깃털 같이 고운사랑으로 느껴진다네...#.그리하고도며느리가 보내준 갈비탕과고개 너머 도시 속에 코 박고 글 쓰는앙큼 시인의 갈비세트와...#.산골 어중떼기 늙은이의 갈비뼈 마다불..

소토골 일기 2025.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