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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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검 비,

#. 내리다가 쉬다가 더러는 햇볕 이기도 했다가 그렇게 징검징검 비가 내렸으므로 #. 해바라기는 마땅히 시선 둘 곳을 찾지 못해 그만 땅에 눕고 말았다. #. 이도 저도 해법이 없을 때 발라당 디비지는 거 간혹 사람살이 중에 있다고는 들었으나, #. 비 오는 날 마다 가심팍조차 질척해 지는 증세, 자가 진단 결과 우(雨)울증 전조 증상이 분명해 보인다. #. 백수의 단순다망 하신 일들 조차 심드렁하여 그 틈새 풀들만 한 발도 넘게 산발, #. 아이들이 묶음으로 코로나에 걸려 제 집 안에 위리안치된 지 수일째, 먹고 싶다는 것들을 대략 카트에 담아 종합 배송을 했다. #. 꼭 안아 뽈떼기를 비벼도 시원찮은 예쁜 녀석들을 그저 현관문 사이로 멀뚱히 바라만 보고 돌아서야 하는 일, #. 꿈속에 본 듯하다. #..

풍경소리 2022.08.14 (23)

가을 예감,

#. 잠 깨인 새벽 누옥의 낮은 추녀 끝에 헝클어져 쏟아지는 낙숫물과 환청 같은 빗소리, #. 문득 온몸으로 느껴지는 깊은 고립감, #. 가뭄 건너 장마, 그리고 폭우, #. 이 몸 어딘가에 아가미 하나 생길 것 같은 질척한 물기 그렇게 입추가 지났으니 이 비가 그치고 나면 불쑥 가을이 될 것이다. #. 풀들은 산발하여 허공 춤을 추다가 제 풀에 누워 버렸고 햇볕 담아 익어야 할 작물들 조차 물에 잠긴 듯 볼 품이 없다. #. 첫새벽 잠길에 소슬한 추위가 느껴지니 이제 긴 옷을 입어야겠다. #. 윤기나는 건물들이 마천의 높이로 솟아 있는 도시의 피해 소식, 밤마다 불빛 휘황하던 거리는 함부로 젖고 구겨진 채 망가져 버렸으니, 문화 또는 문명으로 이름 지어진 사람의 일들은 얼마나 표피적 인가? #. 반지하..

소토골 일기 2022.08.11 (18)

서울 쥐,시골 쥐,

#. 기차안에 가득 했던 사람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지만 그저 너른 바닷물에 물 한잔 더한 듯 도시는 여전한 흐름으로 도도하다. #. 도시의 내장을 흐르는 지하철 안에는 모두들 스마트 경전에 이마를 묻은 채 경건하게 묵도 중, #. 오륙 년쯤 지났나? 세월의 무게 위에 노쇠의 덕지가 더 해진 기억은 기어이 인사동 거리를 세 번쯤 헤매게 한 뒤 겨우 겨우 단골 필방을 찾아 주었다. #. 그리고 탑골 공원, 그늘마다 무리 지어 시국을 성토하거나 바둑 장기의 훈수에 여념없던 분위기는 간데없고 #. 비둘기 똥구멍을 모두 꿰매어 버린건지 아니면 꽁 꽁 얼어붙은 중앙아시아의 허허벌판으로 강제 이주를 한 건지 비둘기 똥을 피해 유리 막 안에 갇혀 있던 탑과 동상은 이제 햇볕 아래 늠름 하시다. #. 공원 안에 가득했..

풍경소리 2022.08.08 (23)

백수연가,

#. 서실 정리 일상 정리 백수의 날들이 조금 더 헐렁해지도록, #. 그렇게 비워진 시간에 엉금엉금 고추를 땄다. #. 둘이 땀 흘려 열 넘어 나눔이 되는 부등가적 시골살이, #. 결혼한 아이가 도시에 살 때 그 아파트 안에서 가끔 이고 진 시골 노인을 보면서 나는 절대로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다짐했었는데 어느 날 문득 그렇게 되어 있었고 #. 이른 오전에 시골 버스에 듬성하게 앉아 병원을 찾아가는 노인들을 보며 나는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했지만 어느 날 문득 그렇게 되어 있었다. #. 저 아래 마을 길에 이제 막 손주를 본 누구 아버지가 백일 지난 아이를 등에 업고 느릿느릿 걷고 있다. #. 기억하지 못하는 어느 지난날 우리들 아버지의 아버지가 그랬던 것 처럼, #. 흐린 하늘이 여전히 비 뿌리는 새볔..

풍경소리 2022.08.04 (24)

태풍 8월,

#. 두 개의 태풍이 비와 바람을 몰고 올라온다는 풍문에 앞 서 #. 다시 비 오시는 새벽, #. 그렇게 태풍 더불어 8월이 당도했다. #. 태풍이 세월 같기도 세월이 태풍 같기도, #. 서실 나다니는 일을 정리했다. 이제 산 중에 가만히 들어앉아 저기 산 아래 저자를 관조하면서 가만히 마음 수양을 하기로 한다. #. 정해진 틀 안에 갇혀 필사처럼 글을 쓰는 일에서 이제 정도에 매이지 않는 내 글을 쓰고 싶다. #. 몽골의 초원 이거나 히말라야의 척박한 마을을 찾아 한 동안 떠돌았으면 좋겠으나 여전히 코로나, #. 제사를 모셔야 할 형님 댁이 온통 코로나에 갇히는 바람에 어머니 기제사 마저 포기해야 했다. #. 제상 앞에 엎드리지 못하는 이 서운한 마음마저 귀신같이 아시겠거니··· #. 비 그치면 홀로 ..

풍경소리 2022.08.01 (19)

가을로 가는 길,

#. 서가의 책들은 곰팡이 냄새가 풀풀 나고 성냥갑 만한 제습기 한대가 연일 비짓 땀을 흘려 가며 집안 구석구석을 쥐어짜 봐도 온갖 것들이 여전히 눅눅 질척한데 영상으로 건너온 이제 열 달짜리 걸음걸이만 제법 뽀송해졌다 #. 겹겹의 푸른 껍데기를 끌어안고 붉고 선연했던 꽃술은 시름없이 늘어져서 이제 옥수수의 치열이 오동통 정연해졌으므로 육칠월 건너온 푼수떼기 풋날들을 나날이 삶아 먹고 구워 먹고, 빈대궁은 전리품으로 모아 모아 추운 훗날까지 보존하기로, #. 유리 조각 같은 햇살 속에 매미들은 다시 날카롭게 울고 하늘 가득 허공보다 가벼운 잠자리, 들, 제 아무리 더워도 어쩔 수 없이 가을로 가는 길이다. #. 중복이 지난날, 개발 괴발 전지 한 장의 붓글씨 끝에 지난해부터 벼르기만 하던 부채 꾸밈을 마..

소토골 일기 2022.07.27 (24)

고군풀투,

#. 가물기 한 달에 장마가 한 달쯤, #. 긍휼하신 하느님 조차 모 아니면 도, #. 몸 꼬아가며 가문 날들을 견디던 풀들은 밀림을 방불케 할 만큼 치솟았고 #. 볕 좋은 봄날 애중하게 심어 가꾸던 작물들은 어디 계신건지, 보물찾기 놀이처럼 예초기 둘러메고 풀과의 일전, #. 고 군 풀 투, #. 사실은 별반 차이 없는 해마다의 일이건만 힘겨운 일은 늘 새롭게 느껴지는 고질 증세, #. 게으른 선비 책장 세듯 풀 베어진 밭고랑만 뒤돌아 세는 건달 농사, #. 어쨌든 땀 절은 마당쇠 몰골에 저질의 체력은 쉽게도 고갈되어 그만 주저앉고 싶을 때쯤, #. 구세주 같은 소나기, 물속에 빠져 사는 것 같은 날들 중에도 다시 비가 반가워지는 은밀한 타협 뒤에 #. 집어던지듯 예초기를 내려놓고 땀 절은 몸을 산속 ..

소토골 일기 2022.07.24 (14)

할머니와 엄마,

#. 본격 방학철, 딸아이의 이러저러 그러한 사정으로 두 아이들과 1박의 일정이 만들어졌다. #. 아랫집 눈치로 발뒷굼치를 들고 다니던 도시의 정숙 보행 의무가 해제된 아이들은 산토끼 처럼 뛰었으므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땀 땀 땀, #. 강아지 더불어 마을 산책, 감자 캐기, 청개구리 붙잡아 손 등에 올려 보기, 벌집 소동, 고양이 놀이, 술래잡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그리고 또 또 또, #. 해넘이 무렵 몸을 씻기던 아내의 놀란 소리, 정환이 엉덩이 아래쪽에 진드기가 붙어 있어 떼었다는 것, #. 전화를 받은 병원에서는 지금 당장은 조치를 할 것이 없으니 일주일 가량 지켜봐야 한다는 것, #. 그 심란한 시간들, #. 저녁 무렵 퇴근한 엄마가 이 얘기를 듣고 상처 부위를 살펴본 끝에 일갈 하기를, #..

풍경소리 2022.07.21 (14)

길 위의 길,

#. 흐린 하늘 틈새의 인색한 햇빛을 모아 저토록 예쁜 꽃을 피웠다. #. 사는 일이 매양 기적 같아 눈물겹다. #. 수렵의 시대, 한 아이가 최고의 꾼으로 알려진 사부님을 모시고 연일 창 던지기 수업 중, 한 달 지나고 일 년 지나고 그렇게 십여 년, 사부님의 창이 과녁 정 중앙에 꽂혔고 제자가 던진 창은 과녁 한가운데 꽂힌 사부님의 창 끝에 꽂혔다. 더 이상 가르칠 것이 없도다. #. 하여 실전, 사부님의 창이 멧돼지의 옆구리에 꽂히고 제자의 창이 다시 사부님의 창 끝에 꽂히고··· #. 배우고 익히되 어리석지 않아야 하는 일, #. 장마 틈새 도끼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이의 묵은 책 한 권을 구해 펼친다. #. 앞 서 읽은 이가 제법 날선 부분들을 돋아 새기고자 파랗게 칠해 놓은 선들, #. 책 속..

소토골 일기 2022.07.19 (10)

장마 탓,

#. 가뭄 끝의 긴 장마로 사방이 온통 질척 눅눅하다 #. 가만히 풀잎을 들추면 아주 작은 사마귀들이 꼬물꼬물 가을을 물어 오고 있었다. #. 장마 속 이거니 붉게 익은 자두를 바구니 가득 얻었다 #. 온통 먹물뿐이던 서실 안에 붉은 자두향이 번졌다. #. 도시의 골목에 조각보처럼 펼쳐진 고추들 #. 고추가 붉어지기 시작했다. 땡볕의 햇볕을 모아 투명하게 말려야 한다는 것, 그 일을 위해 비짓 땀을 흘리고 나면 나 또한 투명하게 말라질 것, #. 재 넘어 도시 안에서 제법 친구들을 불려 가던 아이들이 기어이 그 아이들을 몰고 내 집으로 들어와 시골체험과 물놀이로 하루를 즐기겠다는 야심 찬 계획, #. 점심은 카레 간식은 김밥 그리고 또 또··· 이게 뭔 일 이래? #. 장염으로 내과, 팔꿈치 통증으로 정..

소토골 일기 2022.07.13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