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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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사(擲柶)로 척사(斥邪),

#. 마을에 신발 있는 사람 모두 모여 윷놀이 한판, #. 겨우내 지붕 낮은 집안의 칩거를 떨치고 #. 추운 바람 아랑곳없이 모두들 아지랑이처럼 일어서 서 덩실 춤 한판, #. 평균 연령 70대, 많이 모일수록 평균 연령이 높아지는 이상하고 누덕진 세월, #. 마을회관 앞 느티나무 마저 작은 바람에 조차 삐그덕 관절 통증을 쏟아 냈다. #. 우수 지나 경칩이 코 앞 이건만 #. 창 안에는 봄 꽃 창 밖에는 눈 꽃 #. 이제 다시 모난 돌이 지천인 산골짜기 작은 밭을 깨워야겠다.

풍경소리 2024.03.03

영농 결의 대회,

#. 동쪽 마을은 눈덩이의 피폭이었다. #. 하여 고성까지 올라가 주유(周遊)하리라는 당초 계획은 동로(凍路) 아미타불, 건봉사 입구에서 차를 돌렸다. #. 당초 계획의 차질로 시간 벌이를 한 덕분에 푸른 파도를 넘나들던 등 푸른 생명들만 더하기로 제 살을 베어야 했다 #. 푸른 하늘 한 잔, 너른 바다 한 점, #. 하늘은 여전히 파란 눈덩이로 무장하고 있었으므로 어디를 보든 눈 부시고 어디를 가든 눈 시렸다. #. 술 취한 이들이 마을 관광을 마을 강간으로 발음할 때쯤 #. 메들리 오두방정으로 멀미를 일으키던 버스는 우리 모두가 사는 지붕 낮은 집들의 마을에 도착했으므로 #. 소금 맞은 미꾸라지처럼 들 뛰던 우리 모두 봄철 농사 준비 끝,

풍경소리 2024.02.25

갈쑤록 태설(太雪)

#. 입성 고운 아나운서가 확률 60%의 눈을 예고하던 저녁, #. 하늘은 마지막 한 방을 준비했는지, #. 낮 동안 시작한 비와 눈을 밤 새 발목이 묻히도록 쌓아 놓은 채 날 밝을 시간엔 시치미 똑 뗀 채 그쳐 있었다. #. 쓸기를 포기하고 넉가래로 밀고 긁어야 하는 노고, #. 우수가 저 멀리 지나쳐 있으니 올봄은 또 난산이다. #. 그럼에도 남녘에서 들려오는 알록달록의 꽃 소식, #. 마침 앞마을 아우의 고추 싹이 돋았노라는 기별이니 아지랑이 보다 먼저 일어서 서 겨우내 묵혀 두었던 비닐하우스를 손질해야겠다.

풍경소리 2024.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