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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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 법석,

#. 예겸이 가족의 일주일 북새통 뒤에는 사은품으로 감기가 남아 있었다. #. 덕분에 정들어 궁금했던 시내 병원의 의사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다. #. 병원 다니면 일주일 그냥 버티면 7일쯤 앓게 된다는 이노무 감기, 몸 안의 체액이 몽땅 콧물로 흘렀다. #. 며칠째 콧구멍이 얼큰하다. #. 그리고도 극성왕성 하신 아내의 모의로 시작된 처가 식구들의 2박 3일 만두 법석, #. 온갖 수다를 만두소 삼아 산골 한밤이 뜨끈하고 왁자하였으므로 #. 홀로 저 먼 구석에 낑겨 긴 긴 겨울밤 감기 앓기에 좋았다.

소토골 일기 2024.01.13

겨울 무늬,

#. 아득한 하늘에서 분분한 눈송이들 올려다보고 있으면 눈송이 보다 먼저 현기증이 쏟아져 내렸다. #. 추위의 현신, 허공 조차도 간혹 제 모습을 흘려 놓을 때가 있어 저토록 예쁜 문양을 만난다. #. 동지가 지나면 하루에 쌀알 한 톨만큼씩 낮이 길어진다고 했다. 느리지만 봄으로 그리고 여름으로 가는 시간들, #. 갑진년이라 하니 뭔 일을 하든 값진 일이 될 것 같은, #. 허튼 소리에 할머니 한 분 틀니가 빠질 만큼 웃더니 매일매일 한 번씩 들려 요 딴 얘기를 한 가지씩 해야 한다는 거다. #. 스무 장 너머의 입춘첩을 쓰기로 한다 마을 안 많은 이들의 이구동성, 이 또한 오지랖이다. #. 맘 놓고 눈 내리던 날 제 키 만큼의 높이로 우뚝하던 꼬마눈사람들이 더러는 눕거나 엎드려서 겨울의 잔재로 녹아내리..

소토골 일기 2024.01.05

겨울 연가,

#. '주역은 미신 아닌가요?' '태극기를 보고 경례는 하시나요?' '그럼요 우리나라 국기인데요' '다음부턴 하지 마세요 주역 덩어리입니다' #. 많지 않은 주민 의견을 묵살한 채 멋대로 전횡을 일삼던 대동회 몇 사람에게 일을 할 줄 모르거든 정직하기라도 하라...는 호통 끝에 마을 대동회장 일을 끌어 안음으로써 내 발등을 찍었다. #. 예보된 기온은 -10℃ 산골짜기 인심으로 예보된 기온에 4~5℃쯤을 덤으로 얹어 두었을 터이니 온도계는 보나 마나 얼어 죽었을게다. #. 아주 오래 전의 햇볕이 밤새 성냥갑 만한 난로에서 올올이 풀어지기 시작했으므로 옛날 또 옛날 따듯한 나무들의 말씀을 덮어 추운 한 밤을 징검징검 건넜다. #. 이 겨울 풍찬노숙 중인 두 마리 강아지 안부가 궁금하여 내다보니 지난밤 추위..

풍경소리 2023.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