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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한 하늘에서 분분한 눈송이들
올려다보고 있으면
눈송이 보다 먼저 현기증이 쏟아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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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의 현신,
허공 조차도
간혹 제 모습을 흘려 놓을 때가 있어
저토록 예쁜 문양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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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가 지나면
하루에 쌀알 한 톨만큼씩 낮이 길어진다고 했다.
느리지만
봄으로 그리고 여름으로 가는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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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진년이라 하니
뭔 일을 하든 값진 일이 될 것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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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튼 소리에
할머니 한 분 틀니가 빠질 만큼 웃더니
매일매일 한 번씩 들려
요 딴 얘기를 한 가지씩 해야 한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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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장 너머의 입춘첩을 쓰기로 한다
마을 안 많은 이들의 이구동성,
이 또한 오지랖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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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 놓고 눈 내리던 날
제 키 만큼의 높이로 우뚝하던 꼬마눈사람들이
더러는 눕거나 엎드려서
겨울의 잔재로 녹아내리고 있다.
#.
無所有 無所願,
바라는 게 없어야 비워지느니,
목숨 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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