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겨울 산골,

햇꿈둥지 2023. 11. 27. 09:17

 

 

#.
하루종일 말 한마디 나눌 이 없는
진공의 적막,
고요의 고요,

#.
어스름 뒤 따라
어둠보다 먼저
외로움이 발을 들여 놓았다.

#.
작은 바람에 떨어지는 나뭇잎 하나
유일한 동사가 되어 허공 속에 비틀거리는
산골,

#.
여름날 그토록 수다스럽던 산새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문득
궁금한 안부,

#.
새벽까지 치렁한 빛을 뿌리던
열나흘 달님이
발자국 하나 남기지 않고 서산을 넘는 시간,

#.
온 들에
표창 같은 서리 내리고도

#.
청남빛 허공 가득
투명하게 전도되는
추위,

#.
그리고
· · · · ·
눈이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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