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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내 애써 키우고 말린 고추를 가루 짓고
지난 우박에 구멍이 나기도 한 무 배추를 거두어
김장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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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게 포장된 포기김치가
집 앞 편의점 매대에 사철 누워있고
재료가 아닌
완결된 음식이 전화 한 번으로 집까지 배달되는 시대의 김장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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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분히
관성적 행위 일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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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김치 속에서 띄엄하게 만나지는
노을빛 연서 같은 나뭇잎 이거나
김치가 만들어지는 동안
먼 길을 온 사람들의 왁자한 수다와
집 안팎을 소요롭게 뛰던 아이들의 웃음소리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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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서로 조화롭게 어우러져
한겨울 곰삭은 맛을 우려내는
가슴 따듯한 사람의 음식이 될 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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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눈 뒤에 조차
아쉬움 가득한 정 까지
더불어 익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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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김장했다.
그리하여
겨울이 되든 말든
흰눈이 오든 말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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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 놓고
발라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