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겨울 연가,

햇꿈둥지 2023. 12. 29. 07:50

 

#.
'주역은 미신 아닌가요?'
'태극기를 보고 경례는 하시나요?'
'그럼요 우리나라 국기인데요'
'다음부턴 하지 마세요 주역 덩어리입니다'

#.
많지 않은 주민 의견을 묵살한 채
멋대로 전횡을 일삼던 대동회 몇 사람에게
일을 할 줄 모르거든 정직하기라도 하라...는 호통 끝에
마을 대동회장 일을 끌어 안음으로써
내 발등을 찍었다.

#.
예보된 기온은 -10℃
산골짜기 인심으로
예보된 기온에 4~5℃쯤을 덤으로 얹어 두었을 터이니
온도계는 보나 마나 얼어 죽었을게다.

#.
아주 오래 전의 햇볕이
밤새 성냥갑 만한 난로에서 올올이 풀어지기 시작했으므로
옛날 또 옛날
따듯한 나무들의 말씀을 덮어
추운 한 밤을 징검징검 건넜다.

#.
이 겨울
풍찬노숙 중인 두 마리 강아지 안부가 궁금하여 내다보니
지난밤 추위 아랑곳없이 여전히 윤기 있게 살아 있었다.
독한 것들 같으니라고

#.
코딱지 만한 가습기가
며칠째 땀을 뻘 뻘 흘리며 고군분투 중 임에도
집 안은 요지부동으로 뽀송하여
허공에 온통
겨울의 각질이 떠다니고 있었다.

#.
어쨌든
동지가 지났으니 이 겨울도 바닥을 보인 셈,

#.
새 달력을 벽에 걸으며 기도하는 마음이 된다.

생애의 시간으로는 한 해가 비워졌지만
인연의 시간으로는 한 해가 보태어졌습니다
한 해 동안 따듯한 정 나누어 주신 블친님들
새 해에도 강령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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