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사람 포근 마을,

햇꿈둥지 2024. 1. 30. 18:38

 

#.
마을 일에 발 들여놓은 뒤부터
이런저런 사람의 일로
백수의 일상이 조금 번잡해지기 시작했다.

#. 
기어이
마을 규정을 고쳐야 한다는 여러 의견에 멱살 잡혀
부수고 새로 짓기를 여러 날,

#.
주민 모두에게 내용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자꾸자꾸
고치고 덧 붙이기를 하는 대신
기어이
이놈의 규정을 없애 버리는 날이 와야 한다고
말했다.

#.
다분히 정치색으로 느껴지는
화합과 친목을 없애 버린 뒤
그저 웃자고
매년 끄트머리에는 주민 모두 대동단결하여 사다리 타기를 한 끝에
사다리 제일 꼭대기에 이른 사람에게
푸짐한 상품을 주자고 쌩고집하여 관철하기에 이르렀다.

#.
어느 의심 많은 이가
연세 많으신 할아버지에게 좋은 상품이 뭐가 있겠느냐는 의문에
아주 간단히
"정력 빤쓰"를 얘기했으므로

마을에서 추방될 위기에 처했다.

#.
사람에 의해 굴레 지어지는 것들이 없어
사람의 그림자조차 소중해지는
그런 마을에서
그들과 포근한 눈빛을 나누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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