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시나브로 봄,

햇꿈둥지 2024. 2. 8. 03:10

 

#. 
몇 차례
불규칙한 혈압과 맥박의 요동으로
병원 응급실을 들락여야 했다.

#.
전체적으로
사용년수 도래에 따른 마모증세인 것 같다.
이쯤이면
병원엘 갈 것 없이 천수로 끌어안아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고,

#.
오랫만에 만난 친구의 얼굴에서
이제는 세상에 계시지 아니한
친구 아버지의 얼굴을 본다.
그도 나도
이젠
아버지께서 남겨 주신 세월을 사는 건가 보다.

#.
고개 넘어 소도시에 지점을 개설한 후배가

일주일에 이틀의 시간으로 나를 도와주십사의 읍소가 있었으나
이제 다시는
내 남은 시간을 굴종의 시간으로 만들지 않겠노라는 퇴직 시의 결의를
다짐하고 다짐하여
기어이 고사,

#.
산 깊은 곳에 들어앉은 음식점에 앉아
무슨 맛으로 
무얼 먹는지 모르는 음식들을 꾸역꾸역 먹었다.

#.
집 안 조리 기구에 불을 붙이지 아니하는
시류에 편승한 대가,

#.
집 안에서 
내 손으로 음식을 만드는 일은
사람 문화의 주춧돌을 지키는 일이다.

#.
입춘이 지난날
하늘에선 올 겨울 남은 눈을 모두 퍼붓고
땅에선 올 겨울 남은 염화칼슘을 모두 퍼부었다.

#.
그렇게
시나브로 봄이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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