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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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브로 봄,

#. 몇 차례 불규칙한 혈압과 맥박의 요동으로 병원 응급실을 들락여야 했다. #. 전체적으로 사용년수 도래에 따른 마모증세인 것 같다. 이쯤이면 병원엘 갈 것 없이 천수로 끌어안아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고, #. 오랫만에 만난 친구의 얼굴에서 이제는 세상에 계시지 아니한 친구 아버지의 얼굴을 본다. 그도 나도 이젠 아버지께서 남겨 주신 세월을 사는 건가 보다. #. 고개 넘어 소도시에 지점을 개설한 후배가 또 일주일에 이틀의 시간으로 나를 도와주십사의 읍소가 있었으나 이제 다시는 내 남은 시간을 굴종의 시간으로 만들지 않겠노라는 퇴직 시의 결의를 다짐하고 다짐하여 기어이 고사, #. 산 깊은 곳에 들어앉은 음식점에 앉아 무슨 맛으로 무얼 먹는지 모르는 음식들을 꾸역꾸역 먹었다. #. 집 안 조리 기구에 ..

풍경소리 2024.02.08

생애 최초의 말년,

#. 정환이는 오늘도 땡땡이, #. 생애 최초의 유치원 말년, #. 말년 병장보다 더 느긋하시다. #. 초딩이 입학 준비를 위해 세 번의 예방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데 두 번째 주사를 맞은 뒤로는 조금 거만해졌다. #. 학교 갈 때는 정우 엉아와 함께 하교 길은 당연히 할아버지가 데리러 와야 한다는 완벽한 자기 종결, #. 정우에 이어 난 뭥미? #. 무거운 눈이 내리던 1월의 어느 날, 정우, 정환이, 예겸이에 예온이 까지 얼기설기 만들어 세웠던 눈과 얼음으로 빚어진 하이브리드 눈사람이 입춘을 맞이하여 푸석하게 말라가고 있다. #. 겨울의 잔재,

소토골 일기 2024.02.03

사람 포근 마을,

#. 마을 일에 발 들여놓은 뒤부터 이런저런 사람의 일로 백수의 일상이 조금 번잡해지기 시작했다. #. 기어이 마을 규정을 고쳐야 한다는 여러 의견에 멱살 잡혀 부수고 새로 짓기를 여러 날, #. 주민 모두에게 내용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자꾸자꾸 고치고 덧 붙이기를 하는 대신 기어이 이놈의 규정을 없애 버리는 날이 와야 한다고 말했다. #. 다분히 정치색으로 느껴지는 화합과 친목을 없애 버린 뒤 그저 웃자고 매년 끄트머리에는 주민 모두 대동단결하여 사다리 타기를 한 끝에 사다리 제일 꼭대기에 이른 사람에게 푸짐한 상품을 주자고 쌩고집하여 관철하기에 이르렀다. #. 어느 의심 많은 이가 연세 많으신 할아버지에게 좋은 상품이 뭐가 있겠느냐는 의문에 아주 간단히 "정력 빤쓰"를 얘기했으므로 곧 마을에서 추방될 ..

풍경소리 2024.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