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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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틈새의 세상,

#. 산 아래 저 너른 세상 속한 동안 마음을 달구게 하던 천불 질환에 이어연일 혀 빼어 물게 하는 온열 질환의 날들이다.#.이 산 중에 조차성냥갑 만한 에어컨 하나연일 비짓땀을 쏟아내며무더위와 맞짱 중,#.문을 열고밖으로 나서면찜질방 찜 쪄 먹을 불 덩어리들이후끈 코 속을 달구었다.#. 하늘도세상도무성한 초록에 가려그저 빼꼼내다 보거나 들여다 보기,#.이 더위 속에아이들이 이사를 했으므로5학년도 2학년도 책가방 싸 들고당연히 전학을 해야 하는 건데이 무슨 일인지2학년은 떠나고5학년은 남았다는 것,#.초딩이의개성 시대,#.불볕더위 속의소나기 은총,#.잠시 누옥의 지붕이 얼얼하도록퍼붓고는시치미 똑 뗀 채다시 땡볕,#.하느님참 바쁘시도다.

소토골 일기 2025.07.08

만뢰구적(萬籟俱寂)

#.이제 겨우 여름의 시작일 뿐인데비와 바람에 흔들려 조락한 나뭇잎 하나,무너진 계절에 대한 경고로 받들어 읽는다.#.진료 전 의례적인 인사,편안하셨지요?#.여전히 죽지 않고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의료적 절차,#.편안이란,아무 일도 없음이 아닌무슨 일이 생기든해결하거나또는 해결된 상태... 라는 생각,#.주말이라고우르르 모인 아이들은이제 집으로 들어오기 전에엄마의 노고를 덜어 준다는 명목으로무슨 무슨 맛 집을 찾아 예약하고#.이국어로 버무려진 아주 긴 이름의 음식을꾸역꾸역 먹어대는 일,#.식탁의 키오스크가 허리를 숙이지 않은 오만한 자세로 주문을 받고서빙 로봇이 공손치 않은 몸짓으로 음식을 들고 오는이런 노무 음식점에서 손 맛,사람 맛이 거두어진 한 끼를 먹고는#.밥 값만큼의 차를 마시는 사이음악이 아닌..

풍경소리 2025.06.27

마음만 농부,

#.비가 올 거라고,그리하여비가 온다고몸을 비틀던 옥수수들이불끈 허리를 펴고 있는데#.비는옥수수들만의 축복이 아니라온갖 풀들 조차 머리를 산발한 채 까치발로 일어섰으므로삼천리 잡초 강산,#.어디 어디가 가고 싶다든가무엇 무엇이 먹고 싶다는 류의불쑥아이들을 앞 세운 은근한 강압,#.다만 아이들이 앞장섰다는 것 하나 때문에우리는여지없이 무너진 채극기 훈련 같은 나들이를 기꺼이 감수해야 한다는 것,#.산 넘고 물 건너다시 산속의 자리에연당원이란 정원을 만들어 놓고알록달록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 있었다.#.아무렇게나 흐드러졌을 들꽃을 몰아낸 자리마다이국의 이름으로 명찰 반듯한 꽃들이이마를 부딪히며 희희낙락하는 곳,#.인공과유위의 공간,#. 오래전 시간,산골의 질박한 삶을 지탱하던쟁기며 소쿠리, 멍석 같은 것들이거..

풍경소리 2025.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