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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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몽,

#.겨우 내 녹슬었던삽과 괭이 끝에서 잠시 흙먼지가 일더니만대번 겨울의 녹을 벗어던지고 내 땀을 양식으로 하여 성실하게 빛나기 시작했으므로#.드디어 푸석한 밭의 속살을 뒤집었다.#.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민 꽃 봉오리그러나산골의 아침은아직도 미덥지 못하다.#.달래가 제법 키를 키웠고냉이도살금살금 꽃을 준비하는 날#. 오랫동안 머릿속을 뒤흔들던어지러운 세상사 하나가 매듭지어졌다고더러는 환호하고더러는 탄식하는 사람과 사람들,#.많이 배우고도여전히 어리석은 사람들이 넘쳐나는 세상,#.산 아래너른 저잣거리에 피식 웃음 한 자락 던져두고그저 묵묵히 감자를 심고옥수수 씨앗을 넣었다.#.들판 여린 초록이제법 윤기 나게 자라거든푸른 밥상으로 주린 배를 채우고배를 반쯤 내놓은 채햇볕 아래 곤한 낮잠에 들어야겠다.#.세상만사..

소토골 일기 2025.04.07

감자를 위하여

#.밖에서 식사를 하게 될 경우, 식탁에 감자 반찬이 놓일 때면어김없이 주인에게 얘기 했었다.- 강원도 사람에게 감자 먹이는 건 실례입니다-#.그럼에도날 풀려 제일 먼저 하는 일은 감자를 놓는 일이다.#.겨우 내 푸석하게 메말랐던 땅의 속살을 뒤집어공손하게 씨 감자를 넣는 일,#.제 몸을 조각 지어야비로소 통감자로 거두어지는 감자의 일은#.곤비한 몸으로도기어이생명을 길러내는세상의 어머니 같아 숙연하다.#.이번 감자를 넣는 일에는자발적 응원군이 있다.정우 정환이가 팔을 걷어 부친 것,그래봤자 군일만 하나 더^^#. 4월이 되었는데도아침마다 서리 내려서한낮의 시간 변덕 같은 햇살에 홀린 작은 꽃망울들은 제 색으로 화들짝 피기도 전에누런 색으로 절명해 버렸으니#.차라리 여름 같은 늙은 봄이 늘어질 때까지꽃도사..

풍경소리 2025.04.03

봄덧,

#. 오늘쯤은지금쯤은 꺼졌겠거니문 창호지를 뚫고 몰래 밖을 내다보는 심정으로뉴스를 기웃거리지만매번 가슴 무너지는 소식들, #.그렇게 3월이 가고세월이 가고산골짝 이거니 꽃이 피고...#.아득한 마음으로밭에 건성으로 남겨진 지난해 흔적들은 거두고다시거름을 내고 밭을 갈고,#.반장도 늙고이장도 늙고주민도 늙어 빠진 늙다리 마을에서는지난해 신청한 씨 감자에 문제가 있어걷어들여 바꾸는데 한 열흘,이제야 씨 감자 한 보따리를 받았다.#.공손하게 늙은 경운기와 관리기를 깨우고그 힘을 빌어 모난 돌이 지천인 따비밭을 가는 일,#. 바람이 지날 때 마다춥고 어수선했던 겨울의 상처들이 치유되고산 새들은 또 명랑하게 수다하겠지만,#.몽니처럼 다시날 선 바람이 불고 얼음이 어는 아침,#.한 낮엔 어쩐 함박눈이 쏟아지기도 했..

소토골 일기 2025.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