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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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쓸어 득도하다.

#. 밤 새 눈 내린 뒤 하늘은 시침이 똑 뗀 채 정지한 듯 푸르러서 진공의 허공에 가느다란 철사줄을 휘두르면 쨍그랑 깨질 것 같은 산골 아침, #. 도시에서 느끼던 소란하고 끈적한 추위가 아닌 명료하고 청량한 산골 추위, #. 추위는 투명하게 전도된다. #. 올 겨울 들어 처음 사용 탓인지 송풍기 시동으로 잠시 용을 썼더니 손바닥에 대번 물집이 잡히고도 아릿한 통증, #. 백수의 손이 참 까탈도 많다. #. 도회 형제의 일로 하룻 밤 이틀 낮 동안 집 비운 사이 집안으로 잠입한 고양이 두 마리가 구석에 모아 두었던 습자 뭉치를 헤집어 놓은 채 찢고 뭉개고··· #. 정신을 바짝 차리도록 두 손 들고 무릎 끓려 앉혀 놓고는 반성문 열장쯤 받으려 했으나 요놈들 짐짓 모른척 즈이덜끼리 시시덕 장난질, #. ..

풍경소리 2022.12.15 (26)

취미와 취로,

#. 어떤 이가 신 누구누구를 좋아하면 공산주의자라고 했던가? 어쨌든 그니의 책이 서가에 세 권쯤 있음에도 다시 새로운 책을 구해 펼쳐 들었으니 이 정도면 새빨간 공산주의자가 될 일이다. #. 마을 저녁 모임에선 날 선 목소리로 신누구누구를 성토하며 거나해지도록 술잔을 나누고 있었다. #. 신누구누구가 쓴 "처음처럼" 여러 병이 빈 몸이 되어 깔깔깔 함부로 나뒹굴던 저녁, #. 산골짜기 늙어가는 부부의 일과란 것이 아내는 집안에 들인 화초를 돌보거나 돌돌돌 재봉틀 돌려 옷을 짓거나 가끔 고양이를 어루만져 밥을 주거나의 우아틱한 취미 생활이고, #. 집 밖으로 동선이 큰 강아지 돌보기와 이런저런 허드렛일들, 말하자면 찬바람 맞아가며 해야 하는 일들은 몽땅 내 일이니 내게는 취로 생활쯤 되겠다. #. 이장부..

소토골 일기 2022.12.09 (25)

12월의 가벼움,

#. 입동 지나고 소설도 지났지만 어쨌든 첫눈이 내려야 겨울이다. #. 하늘 깊이에서 그리웠던 이의 엽서 같은 눈이 내리면 아직도 설렐 수 있다는 것, 잠시 또 메말랐던 가슴이 촉촉해지고 #. 저 아랫 집에서 넉가래로 눈 치우는 소리가 이승의 가장 낮은 바닥을 긁는 것 처럼 갈비뼈 사이로 들려오면 산골짜기 적막한 겨울이 시작되는 거다. #. 정우와 정환이는 당초 1박 2일의 계약 사항을 2박 3일로 변경한 채 점령군 처럼 몰려왔었다. #. 아이들은 우리를 참 많이 움직이게 했다. 밥 줘 목말라 호떡 먹고 싶어 술래잡기 놀이에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그리고 워쩐 싸움 놀이에 말타기와 오만가지 에트쎄더러, #. 나는 기진과 동시에 맥진 증세, #. 저녁 잠자리에서 두 아이가 말했다 - 할머니 내일은 차돌박이..

풍경소리 2022.11.30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