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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식사를 하게 될 경우,
식탁에 감자 반찬이 놓일 때면
어김없이 주인에게 얘기 했었다.
- 강원도 사람에게 감자 먹이는 건 실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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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날 풀려 제일 먼저 하는 일은
감자를 놓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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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내 푸석하게 메말랐던 땅의 속살을 뒤집어
공손하게 씨 감자를 넣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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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몸을 조각 지어야
비로소 통감자로 거두어지는 감자의 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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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비한 몸으로도
기어이
생명을 길러내는
세상의 어머니 같아 숙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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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감자를 넣는 일에는
자발적 응원군이 있다.
정우 정환이가 팔을 걷어 부친 것,
그래봤자 군일만 하나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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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 되었는데도
아침마다 서리 내려서
한낮의 시간 변덕 같은 햇살에 홀린 작은 꽃망울들은
제 색으로 화들짝 피기도 전에
누런 색으로 절명해 버렸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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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여름 같은 늙은 봄이 늘어질 때까지
꽃도
사람도
조금 더 게을러야 할 필요가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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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마을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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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맞이 꽃길을 만들겠노라는 기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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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보다
한 해씩 더 낡은 사람들이
곱은 손을 움직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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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지를 심고
베고니아를 심고
그 사이 사이 붉은 사르비아를 심어
가슴속 붉은 꽃밭을 만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