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추운 삼월,

햇꿈둥지 2025. 3. 1. 05:54

 

#.
낮 동안 비워 두었던 산속 누옥에
지난해 주문했던 비료 포대가 쌓여 있고

#.
이제 목에 둘러도 좋을 만큼
사뭇 부드러워진 바람결에
쌓였던 눈도 녹아 내리는데

#.
벽에 걸려 있는
달력 한장을

떼어내니

#.
3월이 되는 날부터
다시 눈 소식,

#.
하여
춘삼월은 또
추운 삼월의 줄임 말이다.

#.
마을 안에서는
농사일 시작 전에 관광을 다녀와야 한다고
이구동성 왈가왈부 하였으므로
손 없는 날을 잡아 
기어이
한바탕 난리를 겪어야 하는

#.
내겐 여전히
극기훈련,

#.
겨우내 
안부가 궁금하던 산새들이
봄의 척후처럼 나타나
추녀 끝을 기웃거리는 날들,

#.
봄이 온다는
풍문만 무성하다가
어느 날 불쑥
메뚜기 이마빡 만한 산골 마당에
쇠잔한 기색이 역력한 늙은 봄을 만나곤 했었으니
올 해도 예외 없는 상황이 되겠지만

#.
어쨌든
봄,

#.
산골 누옥의 뜨락을 정갈하게 닦고
겨우내 닫아 두었던
마음 창을 활짝 열어
봄맞이 준비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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