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서리 내린 다음 날,
기습적으로 여름이 되었다
오들오들 떨던 꽃들은
작은 바람에도 잎을 떨구었으므로
산골 누옥의 뜨락엔
여전히 향기 싱싱한 꽃잎들이
아무렇게나 누워 웅성거리고
그 틈새
농기계에 얻어맞은 옆구리를 끌어안고
작은 병원을 찾았더니만
맘 놓고 엑스레이
팡 팡 팡
뤤트겐 사진 속의 나는
이미 형해가 분리된 저승의 몸으로
구부정한 통증을 끌어안고 있었다
산에는
들에는
온통 연두 연두 소란하건만
스멀스멀 낡은 몸을 갉아대는
이런저런 통증들
봄이
몸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