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훈수의 맛,

햇꿈둥지 2025. 5. 1. 17:42

 

#. 
여전히 아프다는 사람을
등 떠밀듯 퇴원시키고는
연결해 준 협력 병원이란 곳이 영 미덥지 않아

#. 
매일
통원 치료 방식에 더 해
휴일엔 
자가 드레싱 하여 견디기로 했으므로

#.
간병 전담
가사 전담
농사 전담
몽땅 전담,

#.
그리하여
나날이 진땀,

#. 
이제야 깨우치는 것들,
나는
이때까지 세탁기 사용법을 모르고 살았구나

#.
내친김에
대오각성의 자세로
김치 담그기,

#.
등 뒤에 버티어 선 아내의 
이건 이렇게
저건 저렇게로 설정되는 길을 따라
배추 준비해서 절이고
윗 밭에 쪽파 뽑고 다듬어 썰고
냉장고에 모셔 두었던 붉은 고추와 마늘과 생강을 정갈하게 준비한 뒤
액젓 조금조금... 하였으니

#.
이 정성이면 됐지
따로 맛을 따져 무삼 하리오

#. 
창 밖에 찬비 내리는 한 낮,
할미꽃 보다 더 붉은
어중떼기 가사 실습,

'소토골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월의 힘,  (14) 2025.05.15
부지깽이 농사,  (15) 2025.05.06
수난 사월,  (16) 2025.04.24
사월의 만행,  (24) 2025.04.14
춘몽,  (8) 2025.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