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수난 사월,

햇꿈둥지 2025. 4. 24. 05:02

 

#. 
부처 사 후 개혁파와 상좌부의 분열에 의한
Samgha bheda(상가 분열)로 소승과 대승으로 부파 된 이야기들을
마음 가득 담고 

#.
몇 달간 빠져 있던 밀린다왕문 경을 덮고
다시
아육왕 경으로 바꾸기로 결의했으므로
우리 모두 소만큼씩 먹고 헤어 진 오후,

#. 
집에 거의 이를 무렵
아내는 배가 아프다고 했다.

#.
이게 발단이 되어
두 곳의 병원을 헤맨 끝에 
한밤중의 긴급 수술,

#.
우리 주변의 중요한 것들은 모두
한 글자의 이름을 갖고 있다.

#. 
말하자면
물, 밥, 해, 달, 별... 등 등 등,

#. 
변비를 미련스럽게 견딘 결과
장 안에 수 일을 갇혀 있던 숙변의 내란이 있어
결국은
천공으로 이어진 것,

#.
똥조차
한 글자로 된 중요함을 새삼 깨닫고

#.
이 새삼스런 깨우침의 결과는
밥 하기
청소하기
빨래하기
에트쎄터러의 온갖 집안일을 떠맡은 외에도
공손하게 병 수발 하기...

#.
보호자 의자를 접지 못 해 쩔쩔매는 등 뒤에서
딸아이가 한마디 했다

"환자만 했지 보호자 노릇은 처음 이구만"

#.
콩 볶듯 요란한 이 꼴을 지켜보던
조카딸인 쌍둥 엄마가 간병을 전담하겠다고
뛰어들긴 했으나

#.
여전히
심란한 봄날들,

#.
꽃이 피는지
세월이 가는지

#. 
아슬 아슬
무럭 무럭
늙어가는 날들,

'소토골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지깽이 농사,  (14) 2025.05.06
훈수의 맛,  (11) 2025.05.01
사월의 만행,  (24) 2025.04.14
춘몽,  (8) 2025.04.07
봄덧,  (13) 2025.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