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사월의 만행,

햇꿈둥지 2025. 4. 14. 07:49

 


#. 
사월 하고도 열사흘이 지나는 날,
눈이 내렸다.

#.
변화무쌍하게도
싸락눈이었다가
함박눈이었다가
진눈깨비가 되었다가...
그리하고도
아주 센 바람까지,

#.
절기로 곡우가 멀잖은 날이니
배후에
아직 떠나지 않은 겨울이 있다는 풍문은
어불성설이다.

#.
그럼으로써
배꽃보다
자두꽃 보다
먼저
눈꽃이 피었다.

#.
밤 새
누옥의 창밖을 서성이던 소리들은
꽃들의 신음이었을까?

#.
섶에 붙은 불길처럼
활 활 타 오르던 농사 본능조차
잠시 주저앉아 버려서

#.
고물딱지 농기계도
늙다리 농사꾼도
맘 놓고 게으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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