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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 하고도 열사흘이 지나는 날,
눈이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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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무쌍하게도
싸락눈이었다가
함박눈이었다가
진눈깨비가 되었다가...
그리하고도
아주 센 바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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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기로 곡우가 멀잖은 날이니
배후에
아직 떠나지 않은 겨울이 있다는 풍문은
어불성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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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으로써
배꽃보다
자두꽃 보다
먼저
눈꽃이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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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새
누옥의 창밖을 서성이던 소리들은
꽃들의 신음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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섶에 붙은 불길처럼
활 활 타 오르던 농사 본능조차
잠시 주저앉아 버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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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딱지 농기계도
늙다리 농사꾼도
맘 놓고 게으름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