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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내 녹슬었던
삽과 괭이 끝에서
잠시 흙먼지가 일더니만
대번 겨울의 녹을 벗어던지고
내 땀을 양식으로 하여 성실하게 빛나기 시작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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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푸석한 밭의 속살을 뒤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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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민 꽃 봉오리
그러나
산골의 아침은
아직도 미덥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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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래가 제법 키를 키웠고
냉이도
살금살금 꽃을 준비하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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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머릿속을 뒤흔들던
어지러운 세상사 하나가 매듭지어졌다고
더러는 환호하고
더러는 탄식하는 사람과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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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배우고도
여전히
어리석은 사람들이 넘쳐나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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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아래
너른 저잣거리에
피식 웃음 한 자락 던져두고
그저 묵묵히 감자를 심고
옥수수 씨앗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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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판 여린 초록이
제법 윤기 나게 자라거든
푸른 밥상으로 주린 배를 채우고
배를 반쯤 내놓은 채
햇볕 아래 곤한 낮잠에 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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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가 춘몽 중에
또 다시 꿈 같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