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난산의 봄,

햇꿈둥지 2025. 3. 14. 05:53

 

#.
개 한 마리가
각선미 고운 아가씨를 끌고 가고

#. 
개 두 마리가
할아버지 한 분을 끌고 가고

#.
개 세 마리가
관절이 시원찮은 할머니 한 분을 끌고 가는

#.
봄날의 천 변에

#.
날카롭던 모서리를 
부드럽게 손질한 봄바람이
겨울의 잔재들을 쓸고 닦는 일로 분주한 
정오의 봄날,

#.
드디어 강원도 살기도
썩 괜찮은 날들이 되었는데

#.
봄맞이는
언제나
놀이가 아닌
일 이어야 하느니라고

#.
산꼬댕이 마당 가득
비료가 쌓이고
포대 거름이 쌓여서
동동걸음을 하게 하는

#.
봄은
일이로소이다.

#.
여전히
겨울잠에 빠져 있는
괭이 호미를 깨워야겠는데

#.
다시
눈 소식,

#.
겨울 잘 난 거지가
꽃바람에 얼어 죽는다디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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