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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한 마리가
각선미 고운 아가씨를 끌고 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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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두 마리가
할아버지 한 분을 끌고 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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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세 마리가
관절이 시원찮은 할머니 한 분을 끌고 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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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천 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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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롭던 모서리를
부드럽게 손질한 봄바람이
겨울의 잔재들을 쓸고 닦는 일로 분주한
정오의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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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강원도 살기도
썩 괜찮은 날들이 되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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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맞이는
언제나
놀이가 아닌
일 이어야 하느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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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꼬댕이 마당 가득
비료가 쌓이고
포대 거름이 쌓여서
동동걸음을 하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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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일이로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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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겨울잠에 빠져 있는
괭이 호미를 깨워야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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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눈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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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잘 난 거지가
꽃바람에 얼어 죽는다디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