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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쯤은
지금쯤은 꺼졌겠거니
문 창호지를 뚫고 몰래 밖을 내다보는 심정으로
뉴스를 기웃거리지만
매번 가슴 무너지는 소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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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3월이 가고
세월이 가고
산골짝 이거니 꽃이 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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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한 마음으로
밭에 건성으로 남겨진 지난해 흔적들은 거두고
다시
거름을 내고
밭을 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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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장도 늙고
이장도 늙고
주민도 늙어 빠진 늙다리 마을에서는
지난해 신청한 씨 감자에 문제가 있어
걷어들여 바꾸는데 한 열흘,
이제야 씨 감자 한 보따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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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손하게
늙은 경운기와 관리기를 깨우고
그 힘을 빌어
모난 돌이 지천인 따비밭을 가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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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지날 때 마다
춥고 어수선했던 겨울의 상처들이 치유되고
산 새들은 또 명랑하게 수다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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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니처럼
다시
날 선 바람이 불고 얼음이 어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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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낮엔
어쩐 함박눈이 쏟아지기도 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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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허공으로
화해의 손을 내민 꽃 봉오리 하나
위태롭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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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꽃들은 기어이 피어 날 모양인데
한 해 더 낡은 몸은
모든 일이 그저 심드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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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입덧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