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起死回,秋

햇꿈둥지 2021. 10. 30. 07:51

 

 

#.

앞 산

옆 산

뒷 산으로

온 산 정수리가 붉어타.

 

#.

놀빛도 그러하거니와

단풍빛 또한

마지막 시간들이 이토록 장엄하니

따로 꽃에 홀릴 일 없겠다.

 

#.

산속 누옥의 어지러운 마당까지

슬금슬금 단풍인데

여전히 무채색으로

맹숭한 건달 하나,

 

#.

기습 추위에

온 가을이 그만 얼어 죽었거니 했었는데

하늘빛 푸른 날부터

장하게도

다시 가을,

 

#.

감기를 핑계로 

두문불출했던 몇 날을 건너

다시 새벽 걷기,

 

#.

새벽 하늘빛도

계곡 물빛도

도란도란 청량하다.

 

#.

지워져 가는 시월이 아쉬워

코로나 잠시 잊어버리고

모이자고 했다.

 

#.

이 산속

저 산속

그 산속에

애벌레처럼 가만히 들어 살던 몇 사람이

시끌한 도회의 구석을 빌려

그리웠던 마음들

소만큼 먹어서 채우기로 했으니

 

#.

모처럼 씻고

구루무도 좀 바르고,

 

#.

찰박찰박 예쁜 걸음으로

가을을 즈려 밟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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