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을 안에 제법 정들었던 동갑내기가
갑자기 이사를 한다고 했다.
서울 언저리 도시로 집을 옮기는 연유가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서라는데,
#.
산천에 방생하여 노닐던 몸을
스스로 대처의 아파트에 가두는
형벌 같은 일,
#.
허긴 뭐
아이들 옆댕이로 쫓아가서 돌보기 수를 만들거나,
아이들이 옆댕이로 옮겨와서 돌보기 수에 걸리거나
그게 그거,
#.
하필이면
나날이 추워지는 계절의 헤어짐이니
떠나고 남는 서로가 쓸쓸하기 짝이 없다
#.
당분간
항우울제를 한 사발씩 마셔줘야겠다.
#.
마침
그가 살던 집을 토굴 삼아 노스님 한분이 오신다 하니
이제 그만
뒷산 신령님은 방생해 드리고
스님과 더불어 꼼수 장기나 때리며
겨울나기를 도모해야겠다.
#.
사람도 떠나고
세월도 떠나서
어느새 12월,
#.
첫날부터
강 추위가 몰려온다고
티븨마다 며칠째 엄살,
#.
산 추위 맞짱도 버거운 터에
강 추위 조차 맞아야 하는
양수겸장의?
겨울,
#.
가심팍에
모서리 날카로운 바람이
우수수 일어서고
깊은 밤 잠 길에 누에처럼 자주 깨는 연유가
꼭
식어가는 달빛 탓 만은 아닌
#.
대설 앞 세워 놓고
동지가 가만히 옹크려 있는
1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