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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산
옆 산
뒷 산으로
온 산 정수리가 붉어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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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빛도 그러하거니와
단풍빛 또한
마지막 시간들이 이토록 장엄하니
따로 꽃에 홀릴 일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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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속 누옥의 어지러운 마당까지
슬금슬금 단풍인데
여전히 무채색으로
맹숭한 건달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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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습 추위에
온 가을이 그만 얼어 죽었거니 했었는데
하늘빛 푸른 날부터
장하게도
다시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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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를 핑계로
두문불출했던 몇 날을 건너
다시 새벽 걷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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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하늘빛도
계곡 물빛도
도란도란 청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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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워져 가는 시월이 아쉬워
코로나 잠시 잊어버리고
모이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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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산속
저 산속
그 산속에
애벌레처럼 가만히 들어 살던 몇 사람이
시끌한 도회의 구석을 빌려
그리웠던 마음들
소만큼 먹어서 채우기로 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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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씻고
구루무도 좀 바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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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박찰박 예쁜 걸음으로
가을을 즈려 밟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