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가을 엽서

햇꿈둥지 2021. 10. 5. 19:56

 

 

#.

너무 일찍 씨 뿌린 걸까?

비 잦은 가을에 힘 입어

우쭐 키 자란 돌산갓을 모두 뽑아 김치를 담갔다.

 

#.

황소 뒷걸음질에 쥐 밟은 건지

그 맛

환상스틱,

 

#.

가끔 이렇게 놀랄만한 일을 저지르는거

시골살이 또 다른 맛이다.

 

#.

이 엄청난 실수의 결과를

널리 알리고 나누고자

고개 넘어 은사님과

시내의 친구 더불어

신새벽에 도시락 싸들고 충주호 물길로

코로나 소풍길,

 

#.

꼬불 꼬불

돌고 돌다가

워쩐 활석 동굴이 있었으므로 

기어이 한 바퀴,

 

#.

나처럼 일 없는 사람들

우르르 모였으니 

 

#.

돌 캐낸 동굴을

알록달록 꾸며서

다시

돈 캐 내기,

 

#.

동굴이야 그까잇 거인데

너른 물길 옆댕이에 아무렇게나 앉아 펼쳐 든 

도시락과 

그동안 코로나에 묶였던 얘기들로 

수다하고 소란하였다.

 

#.

문득

어깨 위의 손길이 느껴져 돌아보니

서툴게 물들어 가는 가을 한 조각,

엽서처럼 내려앉아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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