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월화관제(月火管制),

햇꿈둥지 2021. 9. 26. 19:22

 

 

#,

군사적 냄새가 다분한 등화관제를 빌려

월화관제라도 해야 겨우 잠들 수 있는

낙망적인 날들,

 

#.

새벽마다

그 치렁한 빛에 시린 이슬 내리고

선잠 깨어 자꾸 뒤척이게 되는 일,

 

#.

그리운, 

그리웠던 이들은

이제 모두 세상에 있지 아니하니

기억 속에 압착되어 있는 누군가를 꺼내는 일은

온통 고통스럽다.

 

#.

낮 동안의 햇볕은 셀로판지처럼 투명하고

달빛은 또 치렁하니

그저 그리움을 핑계 삼아 한 삼일 성실하게 앓아도 좋은 가을,

 

#.

뜬금없이

시집 한 권을 신청했다.

 

#.

이 가을에 대한

백수의 예우,

 

#.

더웠던 여름은 세월의 나이테 속에 갇혀 버리고

그토록 수다스럽던 매미들도

폐가의 거미줄에 박제되어 버렸다.

 

#.

하느님 전상서,

엽서 한 장 날려야겠다.

 

#.

저승에 당도한 이들도

이승의 사람들을 그리워하나요?

아님 

나만 홀로 쌩으로 그리워하나요?

 

#.

바쁘신 거 아니까

뭐 꼭

답장은 안 하셔도 됩니다.

 

#.

그나저나

저 달빛 다 이즈러지면

난 또 무얼 핑계 삼아 그리운 한숨을 쏟아낼 수 있겠나...

 

#.

이즈러지면... 은

이지러지면... 의 비표준어라고 나오는데

이 세상 다 표준대로 돌아가지 않는거 뻔히 아니까 

난 이즈러지면으로 할 테다.

 

#.

가을엔

아무리 깐깐한 구거 사전이라도

이 정도는 이해해야 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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