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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 마감일은 부득부득 다가오는데
쓰고 또 써도
파지 또 파지,
한글 참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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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렁한 음식점에 앉아
글씨 가방을 내려놓다 보니
손톱 밑이 까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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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씨를 쓰는 게 아니라
용을 쓰고 있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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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끝 자락을 밟아
어지렁 마당 한 바퀴를 돌다 보니
덩그러니 남겨진 꽃 진 자리가
다시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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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비비고 보면
산골짜기 구석구석이
신비롭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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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가의 엉킨 풀처럼
덥수룩했던 머리를 정연하게 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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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마를 할 건가요?
아니요
빠마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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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맞이
빠글빠글
지붕 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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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홀아비 친구의 생일이었다.
이를 기념하여
재 넘어 맛집을 찾아
국민의례 후에 고뿌라면 한 개씩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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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애국쩍인 맛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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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곳과 아픈 정도와 아픈 횟수가
점 점 점 점 늘어나고 있다.
낡아가고 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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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이면
점 점 점 점 쓸쓸해지는
이
가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