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틀 비 오고
하루 쨍하고
다시
이틀 흐리고,
#.
오늘도
햇볕 날 듯 말 듯,
#.
마누라
고추 널 듯 말 듯,
#.
요즘 쐬주에는
기억 재생제가 첨가되어 있는 건지
대낮 술에 곤죽이 된 친구넘이 불쑥 전화하여
옛날 옛날 한 옛날에
맥주를 안주 삼아 쐬주를 일용하던 그 시절 얘기를
하고 또 하고
돌리고 또 돌리고,
#.
술빨은 미약하되
주정은 창대 하여서
#.
전화기 술 주정까지 받아줘야 하는
스마트 시절,
#.
그래
어쨌든 가을이고녀~
그렇지 않고는
멀쩡하고도 거룩한 대낮에 이런 횡액수가 생길 리 없다.
#.
가을 깊은 날에는
전화기 뿌솨 버려야겠다.
#.
나뭇잎 하나 떨어질 때마다
하늘을 한 번씩 본다.
별것 아닌 일에 목이 메이고
매양 그렇고 그런 일들에 조차 감사한 마음,
#.
올 가을엔
제법 인간적이다.
#.
비 오시는 밤
창 밖 고로쇠 나무가지에서 조심스럽게 빛나는
반딪불이와 짧은 눈인사,
#.
재 넘어
한의사 선생님이
얼굴 본지 오래되어
별일 없느냐고 전화했다.
#.
어떻게든 좀
아파야 할 거 가트다.
'풍경소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어이 시월, (0) | 2021.10.02 |
---|---|
월화관제(月火管制), (0) | 2021.09.26 |
꽃 진 자리 다시 꽃, (0) | 2021.08.27 |
새벽 잠꼬대, (0) | 2021.08.24 |
이미 가을, (0) | 2021.08.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