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자꾸 하늘,

햇꿈둥지 2021. 9. 7. 20:00

 

 

#.

이틀 비 오고

하루 쨍하고

다시

이틀 흐리고,

 

#.

오늘도

햇볕 날 듯 말 듯,

 

#.

마누라

고추 널 듯 말 듯,

 

#.

요즘 쐬주에는

기억 재생제가 첨가되어 있는 건지

대낮 술에 곤죽이 된 친구넘이 불쑥 전화하여

옛날 옛날 한 옛날에

맥주를 안주 삼아 쐬주를 일용하던 그 시절 얘기를

하고 또 하고

돌리고 또 돌리고,

 

#.

술빨은 미약하되

주정은 창대 하여서

 

#.

전화기 술 주정까지 받아줘야 하는

스마트 시절,

 

#.

그래

어쨌든 가을이고녀~

그렇지 않고는

멀쩡하고도 거룩한 대낮에 이런 횡액수가 생길 리 없다.

 

#.

가을 깊은 날에는

전화기 뿌솨 버려야겠다.

 

#.

나뭇잎 하나 떨어질 때마다

하늘을 한 번씩 본다.

별것 아닌 일에 목이 메이고

매양 그렇고 그런 일들에 조차 감사한 마음,

 

#.

올 가을엔

제법 인간적이다.

 

#.

비 오시는 밤

창 밖 고로쇠 나무가지에서 조심스럽게 빛나는 

반딪불이와 짧은 눈인사,

 

#.

재 넘어 

한의사 선생님이 

얼굴 본지 오래되어

별일 없느냐고 전화했다.

 

#.

떻게든 좀

아파야 할 거 가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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