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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을 나와
제법 몸을 가눌 수 있을 때쯤
글쓰기를 시작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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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7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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숱한 공모전에서 받은 이런저런 상들은
아무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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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자기 필적이 있듯이
결국은 내 글씨를 쓰게 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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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쉽지 않다.
아주 가끔
글씨를 써 달라는 부탁에는
조심 또 조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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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동네 초딩이 시절
서울로 수학여행을 갔었다.
남대문과
창덕궁과
남산 등 등을 돌아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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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돌아와서 한동안 눈에 남은 풍경은
선생님의 뒤통수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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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체본을 따라 쓰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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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체본을 만나면 체본을 죽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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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궁체도 판본체도 아닌
잘난체를 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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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또
가르쳐 주신 이와
DNA가 같은 글씨를 쓰고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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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는 글씨
닦기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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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의 묵향이
늘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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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글 가방 메고 나선 길에 뵈온
아랫집 할아버지께서 물으셨다.
- 어디 가?
- 글 배우러 갑니다
- 여적 글을 몰라?
- 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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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씨보다
마음 한 줄 다듬는 일이
부지하세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