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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 능선이 밝기 전에 일어나
반가사유의 헛된 궁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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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지극히 발전적인 나으 궁리를
궁상으로 발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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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세상이
어둠 속에 고요한 시간
붓 들어
먹물을 적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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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서도로는
일곱 항아리의 물을 먹으로 갈아 써야 한다 했고
중국의 서예로는
태산의 돌을 벼루로 만든 뒤 먹으로 갈아 없애야
글씨다운 글씨가 되는거라고
일찌감치
초짜들의 넋을 빼는 뻥을 쳐 놓은 바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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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중요한 건
쓰는 이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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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수를 바꾼
전지 한 장을 다시 쓰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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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디 상을 탈 재주도 아니거니와
이쯤의 나이에
무어 그리 마음 달굴 일 이겠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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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투로
그니의 내면을 들여다보게도 되니
글 또한
다듬고 다듬어
눈으로 읽히는 고운 말투가 되도록
전심을 다 해야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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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위한 말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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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서툰 밝음이 펴지는 산 중 뜨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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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에 온통 득도한 나무들 뿐이니
가지 사이를 지나는 바람 소리들 모두
고요한 설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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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허공의 틈새마다
옥양목 스치는 소리로
싸락눈 내리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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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히
묵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