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새벽 넋두리,

햇꿈둥지 2022. 1. 2. 08:43

 

 

#. 

동쪽 능선이 밝기 전에 일어나

반가사유의 헛된 궁리들,

 

#.

아내는

지극히 발전적인 나으 궁리를

궁상으로 발음한다.

 

#.

아직 세상이

어둠 속에 고요한 시간

붓 들어

먹물을 적신다.

 

#.

일본의 서도로는

일곱 항아리의 물을 먹으로 갈아 써야 한다 했고

중국의 서예로는

태산의 돌을 벼루로 만든 뒤 먹으로 갈아 없애야

글씨다운 글씨가 되는거라고

일찌감치

초짜들의 넋을 빼는 뻥을 쳐 놓은 바 있지만

 

#.

정작 중요한 건

쓰는 이의 마음,

 

#.

글자 수를 바꾼 

전지 한 장을 다시 쓰기 시작한다.

 

#.

본디 상을 탈 재주도 아니거니와

이쯤의 나이에

무어 그리 마음 달굴 일 이겠나만,

 

#.

말투로

그니의 내면을 들여다보게도 되니

글 또한

다듬고 다듬어

눈으로 읽히는 고운 말투가 되도록

전심을 다 해야 할 일,

 

#.

눈을 위한 말투이다.

 

#.

이제 막

서툰 밝음이 펴지는 산 중 뜨락,

 

#. 

사방에 온통 득도한 나무들 뿐이니

가지 사이를 지나는 바람 소리들 모두

고요한 설법이다.

 

#.

다시

허공의 틈새마다

옥양목 스치는 소리로

싸락눈 내리시고,

 

#.

고요히

묵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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