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하세월 글 공부,

햇꿈둥지 2021. 12. 19. 17:14

 

#. 

병원을 나와

제법 몸을 가눌 수 있을 때쯤

글쓰기를 시작했었다.

 

#. 

그렇게 7년여,

 

#. 

숱한 공모전에서 받은 이런저런 상들은

아무 의미가 없다.

 

#.

사람마다

자기 필적이 있듯이

결국은 내 글씨를 쓰게 되기까지,

 

#.

참 쉽지 않다.

아주 가끔

글씨를 써 달라는 부탁에는

조심 또 조심스럽다.

 

#.

촌동네 초딩이 시절

서울로 수학여행을 갔었다.

남대문과

창덕궁과

남산 등 등을 돌아보는 일,

 

#.

그러나

돌아와서 한동안 눈에 남은 풍경은

선생님의 뒤통수뿐이었다.

 

#.

선생님의 체본을 따라 쓰는 일,

 

#.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체본을 만나면 체본을 죽이고,

 

#.

결국은

궁체도 판본체도 아닌

잘난체를 쓰겠지,

 

#.

그러나 

가르쳐 주신 이와

DNA가 같은 글씨를 쓰고 있다는 것,

 

#.

쓰기는 글씨

닦기는 마음,

 

#.

매일 아침의 묵향이

새롭다.

 

#.

오늘 아침 글 가방 메고 나선 길에 뵈온

아랫집 할아버지께서 물으셨다.

- 어디 가?

- 글 배우러 갑니다

- 여적 글을 몰라?

- 네에~

 

#.

글씨보다

마음 한 줄 다듬는 일이

부지하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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