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지에는 여전히 잔설이 옹크려 있고 산골 누옥의 마당에는 꼬마회오리가 어지러운데 여린 햇볕을 공손히 받들어 냇가의 버들강아지 눈을 떴다. #. 우수 경칩이 지났으니 당연히 봄으로 가는 길 이건만 이런저런 봄 조짐들 앞에 그저 또 놀랍고 감사한 산골짜기, #. 정우는 4학년이 되고 정환이는 1학년이 되었다. #. 대견하고 경이로운 아이들의 시간 뒤에서 나는 바람 같은 세월에 덜미 잡혀 무럭무럭 늙어가고 있다. #. 혼자 비닐하우스 두 동을 정리하는 일, 간간히 산짐승이 지날 뿐인 진공의 적막 속에서 자주 쉬며 간혹 노래했다. #. 발악도 음악이 되는 적막의 긍휼, #. 지난 해와 크게 다르지 않게 감자와 옥수수를 심고 온몸을 붉고 맵게 물들일 고추를 심어 먼 곳에 사는 지친들과 나누는 일, #. 시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