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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을 핑계한 동창 모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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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마다
살아온 날들이
깊은 주름으로 음각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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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백의 이전 시간 속에
우리는
빡빡머리 악동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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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가슴 따듯한 동무들을
사람의 거리
구석구석에 묻어둔 채
바람 같은 세월의 등에 업혀 정신없이 살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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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녀 끝에 엉긴
모서리 날카로운 바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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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락을 쓰는 잠시의 노고는
난장의 바람으로 쉽게 헝클어져 버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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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구르는
낙엽이 새 인지
새가 낙엽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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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질 녘
처마 낮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
몇몇 집에서
안부를 가득 담아 봉화처럼 오르는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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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울거리는 연기들이
유일한 동사가 되는
적막의 산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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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채색의
겨울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