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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히 마련된 고옥의 강의실에서
성냥갑만한 난로 하나에 매달려
이번에는
그리스의 밀린다 왕과 나선 비구의
날 선듯
부드러운듯
무수한 난문과 현답 사이를 헤쳐
육바라밀을 만나고
色, 受, 想, 行, 識을 다시 정리하고
이것과 저것으로 보일듯 보이지 않는
연기(緣起) 속을 헤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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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먹었으되
아무도 늙지 않은 철없는 일곱 학생들이 모여
세상살이 관계없는
수많은 우문과 현답을 늘어 놓으며
추운 하루를 희희낙낙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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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 하는 무릎이 얼음처럼 시려도 불 생각을 하지 않고
주린 창자 끊어져도 먹을 생각 말지어다
백년이 잠깐인데 어찌 배우지 아니하며
일생이 얼마이기 닦지 않고 방일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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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효의 발심수행장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