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스테파노 불꽃,

햇꿈둥지 2024. 12. 16. 18:22

 

#. 
아주 오래전,
같은 시골살이가 이유되어 모인
사람의 모임이 있었다.

#. 
오랜만에 만나도
어제 만났던 것처럼 가슴 따듯한 사람들,

#.
이제 얘기의 중심에는 
몸뚱이 이곳저곳의 아픔이 있고 병원이 있고
그리고
무성의한 의사들에 대한 성토가 있었다.

#.
훨씬 더 많은 세월이 지나
우리 모두 저승 모임이 가능하다면
성토되는 의사들 속에 장의사도 낄 것 같다.

#.
싸움 나도 말릴 사람 하나 없던
산골 마을이
조금씩 부산스러워져서
소 머리를 삶고
이런 저런 음식들을 만드는 일,

#.
올해는
대동계 한가운데서
온갖 일들을 준비하고
내남 일 구분없이 도와야 하는 자리에 있다.

#.
먹고
마시고
더러 싸우고의 반복되는 틀을 깨고
올해 처음
마을 내 착한이를 골라 시상하기로 하였으므로

#.
우선
연세 많으신 어르신 두 분을 골라
평생의 신산했던 날들을
마을 주민 일똥,
따듯하게 위로해 드리기로 했다.

#.
봄 되기 전에
우리 부부 얼어죽을까봐 걱정하던 스테파노가
10톤 가량의 땔나무를 싣고 올라왔다.

#.
그에게는 늘
신세를 지는게 아니라
죄를 짓는 것 같은 마음이 된다.

#.
창 밖에
모서리 날카로운 바람들이
함부로
추녀 끝 풍경을 걷어차고 지나다니는 날들인데

#.
스테파노의 나무 둥치가
난로 속 불꽃으로 피던 날

#.
산골 누옥에
그의 마음 같은 장미 두송이
피었다.

'풍경소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 놀이,  (0) 2025.02.03
다시 새롭게  (0) 2025.01.19
무채 겨울  (18) 2024.12.12
가는 세월,  (17) 2024.12.06
벗어나다.  (27) 2024.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