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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
같은 시골살이가 이유되어 모인
사람의 모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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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나도
어제 만났던 것처럼 가슴 따듯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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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얘기의 중심에는
몸뚱이 이곳저곳의 아픔이 있고 병원이 있고
그리고
무성의한 의사들에 대한 성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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훨씬 더 많은 세월이 지나
우리 모두 저승 모임이 가능하다면
성토되는 의사들 속에 장의사도 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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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 나도 말릴 사람 하나 없던
산골 마을이
조금씩 부산스러워져서
소 머리를 삶고
이런 저런 음식들을 만드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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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대동계 한가운데서
온갖 일들을 준비하고
내남 일 구분없이 도와야 하는 자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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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마시고
더러 싸우고의 반복되는 틀을 깨고
올해 처음
마을 내 착한이를 골라 시상하기로 하였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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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연세 많으신 어르신 두 분을 골라
평생의 신산했던 날들을
마을 주민 일똥,
따듯하게 위로해 드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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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되기 전에
우리 부부 얼어죽을까봐 걱정하던 스테파노가
10톤 가량의 땔나무를 싣고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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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는 늘
신세를 지는게 아니라
죄를 짓는 것 같은 마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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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밖에
모서리 날카로운 바람들이
함부로
추녀 끝 풍경을 걷어차고 지나다니는 날들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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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파노의 나무 둥치가
난로 속 불꽃으로 피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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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누옥에
그의 마음 같은 장미 두송이
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