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 새 눈 내린 뒤 하늘은 시침이 똑 뗀 채 정지한 듯 푸르러서 진공의 허공에 가느다란 철사줄을 휘두르면 쨍그랑 깨질 것 같은 산골 아침, #. 도시에서 느끼던 소란하고 끈적한 추위가 아닌 명료하고 청량한 산골 추위, #. 추위는 투명하게 전도된다. #. 올 겨울 들어 처음 사용 탓인지 송풍기 시동으로 잠시 용을 썼더니 손바닥에 대번 물집이 잡히고도 아릿한 통증, #. 백수의 손이 참 까탈도 많다. #. 도회 형제의 일로 하룻 밤 이틀 낮 동안 집 비운 사이 집안으로 잠입한 고양이 두 마리가 구석에 모아 두었던 습자 뭉치를 헤집어 놓은 채 찢고 뭉개고··· #. 정신을 바짝 차리도록 두 손 들고 무릎 끓려 앉혀 놓고는 반성문 열장쯤 받으려 했으나 요놈들 짐짓 모른척 즈이덜끼리 시시덕 장난질,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