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입추와 처서 사이,

햇꿈둥지 2023. 8. 10. 04:21

 

#.
고추가
맘 놓고 붉었으므로

#.
넋 놓고 
고추 따기,

#.
사은품으로
비짓 땀 한 동이,

#.
태양초는 이제 언감생심,
건조기 반,
뙤약볕 반,

#.
하이브리드 짬뽕
태양초가 될 것이다.

#.
재 너머 장날
넉넉한 근으로 고추를 팔아
늙은 마담이 창 가 쪽볕 아래 졸고 있는 시골 다방에 들러
도라지 위스키 백만 잔쯤 때려야겠다.

#.
일주일 시간 동안
아이들이 난장을 치고 떠난 자리에 쏟아져 있던
감기 1인분,

#.
인후부 통증으로 날이 갈수록 예리해지더니
기어이 염증이 되어
항생제 한 사발에
항히스타민제 두 사발,

#.
병을 낫게 하는 게 아니라
몸을 항생제 장아찌로 만드는 거다.

#.
먼 남쪽 바다에서
지르박에
부르스 스텝으로 맴돌기를 하던 태풍이
기어이 이 나라 전체를 감싸 안을 넉넉한 품으로 올라오신다고
성냥갑 만한 손 전화는 시시각각 고자질,

#.
날아갈지언정
쫄지는 말아야지

#.
그리하여
태풍 떠난 자리를 곱게 빗질하여
갈피마다 배추를 심어야지

#.
항아리 가득
보쌈김치에 깍두기를 담아
창 밖에 싸락눈 내리는 날,
오랜 친구가 찾아오면
투박한 술잔의 이마빡을 부딪혀 가며
밤 새 도록
수다하고 노래해야겠다.

#.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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