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가을 예감,

햇꿈둥지 2023. 8. 15. 04:33

 

#.
정우 정환이와 하룻밤 잠자리
가장 따듯한 생일 선물이었다.

#.
여전히 하도 더워서
아무도 오지 말기
아무것도 받기 싫기
그래도 또
축하 한다고 카톡,
아프지 말라고 카톡
여기저기서 카톡 카톡,

#.
과연
스마트 세상 이로고,

#.
더위를 핑계하여
거르고 거르던 아침 운동길

#.
나뭇잎 새는 조금 헐렁하고
발악 같은 매미 소리들로
문득
가을 예감,

#.
나무 아래로 뛰어내린
칡꽃 향기가 달보드레 하다. 

#.
일곱 권의 책을
열세 번쯤 읽다가
기어이
여섯 권을 다시 사 들였다.

#.
새벽 세시에 일어나
책과 글에 빠져 있다 보면
손수건 만한 창문으로
햇 밝음이 물감처럼 번져 들었다.

#.
그리하고도 여전히
알듯도 하다가 다시 모를 듯도 한
이노무 주역,

#.
길었던 장마가 있었고
태풍이 있었고
잠깐씩 하늘 깊은 곳을 흔들던 천둥이 있었고
그렇게 뜨거웠던 여름의 기억들이
다시
하늘의 별자리로 돌아갈 것이다.

#.
김장 배추를 심었다.
줄이고 줄여서 150개쯤,

#.
땅 파서 항아리 묻는 시절도 아니고
집집마다
일 년 내 내
김치냉장고가 얼어 죽고 있어서
오로지 김치에 매달려 겨울을 나는 시절도 아니니,
특정한 때 한몫의 노고를
적당히 분산하고자 하였으나

#.
이 사람도 걸리고
저 사람도 짚이는
이노무 오지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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