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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듯 묵혀 두었던
낙관 도구들을 꺼내 먼지를 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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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부채 30개를 주문하여
먹고사는 일과 아득한 얘기들을 써넣고는
눈 위의 발자국처럼
꼭 꼭 눌러 낙관을 찍은 뒤에
마을 어울림 동무들에게 일일이 나눌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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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날들
맘껏 바람피우시라... 는 당부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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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개쯤 심은 오이가
온 힘을 다 해 오이를 매달기 시작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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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밥상에도 오이
점심 밥상에도 오이
저녁 밥상에도 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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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힘을 다 해
오이 먹어치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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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 인가?
보리수와 자두가 맘껏 익었으므로
아이들에게 전화,
하늘의 붉은 베풂을 미끼 하여
유혹에 또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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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봤자
내 발등 찍는 노고가 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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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도시 친구들이
우르르 몰려와서는 이박 하고도 삼일째,
산골 누옥을 거점 삼아
주변 구석구석을 둘러보거나
맛집?을 찾아
이미 퉁퉁한 허리 유지를 위한 각고의 탐식 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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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각 각의 집에 버려진 남정네들은
냉장고의 미로를 탐색하여 연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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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국이 피고 있는 호젓한 산길을 걸어 찾아간 송어장
오로지 무게 따라 얼마가 될 뿐인 송어들이
수조 가득 유영하고 있는 창가에 앉아
모두들 왁자하게 먹고 마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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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장마가 올 거라고
그리하여
국지적 폭우가 내리기도 할 것이라고
티브이마다 소란하고 부산한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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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조금씩 흐린 오후부터
청개구리 바쁘게 울고 있으니
과연
비가 오려나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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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가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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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서 밤으로
밝음에서 어둠으로
양에서 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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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유월도 이제 떠날 모양인지
너른 등짝으로 돌아 앉아 버리고
초저녁 서편 하늘에
암각화 같은 초승달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