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공동 육묘,

햇꿈둥지 2023. 6. 8. 11:58

 

#.
옷을 갈아입을 때마다
주머니 곳곳에서 마스크가 출토되고 있다.

#.
재너머 소도시의 이비인후과 의원은
대학병원을 방불케 하는 장사진,

#. 
감기인지
코로나인지
독감인지...
정체불명의 고뿔을 끌어안고
너도 나도 병원 순례 중,

#.
낫는 듯 하다가
다시 시작하기를 세 번쯤,
아무래도
뜨끈한 콩나물 국에 청양고춧가루를 듬뿍 풀어
코로 마셔야겠다.

#.
부처 모양의 향꽂이에
인도산 샐비어 향을 하나 피웠더니
시바의 미소
가네샤의 위용이 너울거리고
박타푸르의 어느 작은 식당에서 먹던 탈리의 기억,
향불의 연기 속에서 진한 커리향이 느껴졌다.

#.
옥수수 밭고랑에 잡초 억제용 비닐막을 까는 대신
괭이를 휘둘러 한나절 신공을 펼친 끝에 몽땅 제압한 뒤,
의기양양 돌아 선 등 뒤에서의 한마디,

비 온 뒤에 한번 더 하면 되겠네~

#.
비 온 뒤엔
괭이를 휘둘러 옥수수를 제압해야겠다.

#.
꺼뭉이는 엄마 고양이
연탄이는 꺼뭉이의 새끼였는데
어느덧 훌쩍 자라서는
꺼뭉이도 두 마리
연탄이도 두 마리를 동시 출산,

#.
천정에서 태어 난 고양이 새끼들은
벽 틈새로 두마리 뛰어내리고
지붕에서 두 마리 떨어뜨리고... 하여 네 마리,

#.
집 안에 들여놓은 뒤로는
꺼뭉이와 연탄이가 번갈아 드나들며
새끼와 손주 세대를
새끼와 형제 세대를 공동 육아 중,

#.
살다
벨 일을 다 보겄네~

#.
촌동네에 브런치 카페가 생겼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음식들을 두서없이 먹다 보니
포만이 아닌 더부룩함,
음식을
먹은 게 아니라
그저 꾸역꾸역 속을 메꾼 것,

#.
내 집에서
네 손으로
요리와 조리를 하자던 초심을 잠시 버린 탓으로
밤 늦도록 속 다스리기를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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