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917

손 흔들어 봄을 보낸다

봄 이울도록 허리 한번 시원하게 펴 보지 못한 할미꽃은 이제 뻐꾸기 소리 낭낭한 허공에 씨앗을 뿌림으로써 그렇게 꼬부라진 허리로 또 돌아 가려나 보다 덩굴손을 가진 녀석들은 오월의 서른 하루를 꽁 꽁 묶어 기어이 유월의 덜미를 움켜 쥘 자세다 물상추 세뿌리 띄워 놓았다 아직 어린 모습이라서 좁은 물그릇 임에도 빈자리가 더 크다 팁인지... 물상추 품에서 쏟아져 나온 아기 물상추들이 적지 않다 그리고 또... 봄이면 꽃 그늘, 여름이면 초록 그늘 아래서 늘어진 낮잠을 즐기던 장군이 녀석을 옮겨 놓았더니 버려진 채로 하루 종일 지나는 바람만 붙들어 놓고 희희덕 거리는 그늘의 쉬는 꼴을 두고 볼 수 없길래 이런 저런 잡동사니를 치우고 흙 퍼다가 정지 작업을 할 겸 나무 주변으로 어설픈 축대 쌓기를 시작했다 일..

소토골 일기 2006.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