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息影의 季節

햇꿈둥지 2006. 5. 15. 17:25

 

 

나뭇잎 한껏 자라서

나무들 마다 의젓한 그늘을 거느리고 있다

 

갈색 뜰에 메마른 바람만 불더니

추녀끝에 감기는 바람도 따듯하고 온순하다

 

그 그늘 아래서면

내 그림자가 간데 없다

온전한 휴식

식영(息影)의 계절이 되었다

 

지난 토요일 반나절은

뒷산의 송순을 거두었다

멀리서 오신 반가운 님들과 손 맞추어 거둔 일이라 그런지

지난해 곱절은 거두었다

두 항아리 가득 채워 넣고 나니 부자가 된 기분 중에도

5월의 햇살 담아 예쁘게 자란 순들을 속절없이 잘라야 하는 일이 마음 편치 않다

사람의 일 알수는 없으나 내년에는

그만 두어야 겠다는 생각, 

 

주변으로는

이런 저런 풀들 또한 무성하게 자라고

덩쿨손을 가진 녀석들은 저 보다 큰 키의 어느 것이든지 감아 오를 기세이다

회양목이며

산사나무 여린 잎들이 벌레 등살로 숭 숭 구멍이 나고 있다

 

약을 쳐야 한다는 주변의 말을 쉽게 따라 행 할 수 없음은

이른 새볔이거나 햇살 좋은 낮동안에는 산새들이 그 벌레들을 잡아 먹고 있다는 사실...

나무를 살리자니 벌레가 죽겠고

벌레를 두고 보자니 나무들이 죽겠고...

참 어려운 일,

 

조금 더 지켜봐야 할 일이겠으나

지켜 보다가

지난해 처럼 한 여름에 가을을 맞은듯한 나무 몰골은 또 못 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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