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일회성의 시대

햇꿈둥지 2006. 5. 24. 09:36

아침 출근 평균 주행 속도는 80킬로미터 정도,

특별히 더듬거리는 화물차를 추월 하는 일 외에는 언제나 추월 당한다

 

주유소에서 주유를 마치고 나니

비닐 팩에 포장된 일회용 물 티슈를 주었다

 

부평 터널 입구 물가에는 언제  다 지었는지...

샌드위치 패널을 세우는가 싶더니 외장 사이딩이 멀끔한 집 한채가 지어져 있다

 

사무실에 당도하니

젊은 직원 하나가 일회용 컵에 인스턴트 커피 한봉을 타서 주었다

 

일주일에 하루쯤
면장갑 끼고

쓰레기 봉투 옆에 차고

큰 집게를 하나 준비한 후 건물 주변 쓰레기 줍는 일을 한다

굳이 누가 시켜서거나 아님 누군가에게 보일 의도 없이

내 사는 곳에 대한 애정 표현쯤으로 하고 있다

주변에 중,고등학교가 붙어 있다 보니

아이들이 함부로 버린 쓰레기들이 대부분인데

철 따라

과자 봉지, 하드 꼬치, 아이스크림의 비닐 포장 외에

뻘건 고추장 양념이 묻은 떡볶이 스치로폼 용기들이 주종이다

 

학교가 끝나자 마자

이런 류의 간식거리를 사 먹지 않으면 내일 등교를 못하게 되어 있는 아이들처럼 너도 나도 한봉지, 한그릇씩을 손에 들고 먹은 뒤에는 아무 망설임 없이 버리고 만다

먹은 과자 봉지도, 스치로폼 용기도 일회용 이듯이

버려지는 땅도 일회용 이다

 

도시에서는

정들여 살던 아파트의 재건축 기간이 짧아지고

손전화기의 교체 기간이 짧아지고

가구의 교체 기간이 짧아지고

애인의 교체 기간이 짧아지고

 

다행이다

아직

부모를 교체 하겠다는 사람들은 없는 모양이다

역시

동방예의지국의 후예들이다

 

신개발

신제품

신문명

신세계...를 표방하고 지향하는 이 시대에 과거며 역사의 의미는 무엇일까?

 

내 놀던 옛동산이며

빨랫줄 가득 눈부신 옥양목 천들이 나부끼던 시골 집이며

학교를 땡땡이 쳐서 희희덕 거리던 들판들엔

마징가제트의 거리처럼 아파트가 들어서고도

개발

개발

개발

아메리카 대륙에 상륙하는 청교도 떼 같이 중장비가 몰려 들고도

 

빠르게

짧게

변화 하고 혁신 하리라는 이 세상에

 

도시 생활 다 때려 치우고 농사 지어 살겠다고 산골짜기로 뛰어 들어 온 나는, 우리는 아직도 이 시대 구성원으로 적정한 것일까?

 

쓰고

자고

먹어야 하는 모든 것들이 일회용으로 교체되는 것 처럼

모두의 정신 상태도 일회용으로 느껴지는 세상...그리고 사람들...

 

장차

"수선"이나 "재활용"따위의 단어가 수록된 국어 사전은 불량사전으로 분류 될 것이다

 

머리 아프다

일회용

낮잠이나 한 잠 때려야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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