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 한껏 자라서
나무들 마다 의젓한 그늘을 거느리고 있다
갈색 뜰에 메마른 바람만 불더니
추녀끝에 감기는 바람도 따듯하고 온순하다
그 그늘 아래서면
내 그림자가 간데 없다
온전한 휴식
식영(息影)의 계절이 되었다
지난 토요일 반나절은
뒷산의 송순을 거두었다
멀리서 오신 반가운 님들과 손 맞추어 거둔 일이라 그런지
지난해 곱절은 거두었다
두 항아리 가득 채워 넣고 나니 부자가 된 기분 중에도
5월의 햇살 담아 예쁘게 자란 순들을 속절없이 잘라야 하는 일이 마음 편치 않다
사람의 일 알수는 없으나 내년에는
그만 두어야 겠다는 생각,
주변으로는
이런 저런 풀들 또한 무성하게 자라고
덩쿨손을 가진 녀석들은 저 보다 큰 키의 어느 것이든지 감아 오를 기세이다
회양목이며
산사나무 여린 잎들이 벌레 등살로 숭 숭 구멍이 나고 있다
약을 쳐야 한다는 주변의 말을 쉽게 따라 행 할 수 없음은
이른 새볔이거나 햇살 좋은 낮동안에는 산새들이 그 벌레들을 잡아 먹고 있다는 사실...
나무를 살리자니 벌레가 죽겠고
벌레를 두고 보자니 나무들이 죽겠고...
참 어려운 일,
조금 더 지켜봐야 할 일이겠으나
지켜 보다가
지난해 처럼 한 여름에 가을을 맞은듯한 나무 몰골은 또 못 볼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