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멀리 볼 것

햇꿈둥지 2006. 5. 27. 10:08

이삿짐을 쌀 때마다 제일 골칫거리는

이었다

 

부피를 줄일 수도 없고

무겁긴 드으럽게 무겁고

이러함에도 버리지를 못하고 그저 끌어 안고 살다 보니

마누라의 핀잔이 이어진다

 

"거 뭔노무 책을 많이만 본 다고 뭘 아느냐?

 그 중에 한줄, 한 귀절을 보다가도 번개에 맞듯 뭘 느끼게 되는거 아니냐?..."

 

얘기는

쪽집게 만신 할망구 얘기하구 비스므레 하지만

고거시 어디 엿장수 맘대로 제꺼덕 되는 일이래야지

 

책장을 채우고도 넘치는 책들이 귀퉁이 마다 함부로 쌓여 가고

책들이 쌓여 가는 만큼 마누래의 잔소리도 쌓여 가더니만

어느 날 부턴가

책장을 펼쳐 놓고 있으면 도대체 뉘깔이 아프고 글씨들이 또렷하지 않아

책 읽기에 시들해지기 시작했다

 

나이 들 수록

멀리 봐야 하는 일인가...

 

가까이 보다는 멀리 띄어야 보이는 이 증세를 끌어 안고 고민 하다가

앵경을 벗어도 보고

돋보기도 하나 써 보고

하다가

에라~ 그만 천천히 쪼끔씩 시간 날 때 마다 틈틈히 보기로 하자...

 

책 쌓여 가는 속도가 현저히 떨어져서

내심 마누라는 좋아 하는 눈치인데

 

쓰레기차 피 하다가 똥차에 치인 상황

 

먼 곳으로 글쟁이 수업을 떠난 딸놈이 한달이 멀다하고

읽어 치운 한 박스씩의 책을 집으로 보내고 있더라... 

 

nic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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