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이울도록
허리 한번 시원하게 펴 보지 못한 할미꽃은
이제 뻐꾸기 소리 낭낭한 허공에 씨앗을 뿌림으로써
그렇게 꼬부라진 허리로
또 돌아 가려나 보다
덩굴손을 가진 녀석들은
오월의 서른 하루를 꽁 꽁 묶어
기어이 유월의 덜미를 움켜 쥘 자세다
물상추 세뿌리 띄워 놓았다
아직 어린 모습이라서
좁은 물그릇 임에도 빈자리가 더 크다
팁인지...
물상추 품에서 쏟아져 나온 아기 물상추들이 적지 않다
그리고 또...
봄이면 꽃 그늘,
여름이면 초록 그늘 아래서 늘어진 낮잠을 즐기던 장군이 녀석을 옮겨 놓았더니
버려진 채로
하루 종일
지나는 바람만 붙들어 놓고 희희덕 거리는 그늘의 쉬는 꼴을 두고 볼 수 없길래
이런 저런 잡동사니를 치우고
흙 퍼다가 정지 작업을 할 겸 나무 주변으로 어설픈 축대 쌓기를 시작했다
일 중에
제일 상노가다가
삽질에 돌 들어 옮기는 일...
박혀 있던 돌들을 지렛대로 꺼내 쌓고
집 오름 길 옆 도랑의 흙을 퍼다가 메우는 일을 시작 했는데
마당끝 돌 쌓는 일이 제법 정리 될 무렵,
딱 하나만 더 쌓았으면 좋겠길래
여기 저기를 두리번 거리다가
저어~ 아래 이장네 밭가에 딱이다 싶은 돌 하나 있길래 아무 생각 없이 내려가 번쩍 들었더니
에구머니나~~~~
크기도 제법인 뱀 한마리가 동글 동글 쉬고 있더라
그 돌 집어 던지듯이 덮어 놓고는
한달음에 한 키쯤의 축대를 뛰어 올라와 가슴을 쓸어 내린다
찾아와도 반갑지 않은 친구를
쫓아가 뒤져서 만나고 왔네...
집 짓는 동안
집들이 선물 삼으라고 후배 하나가 먼길을 달려 와 전해 주고 간 전선통 탁자가
이리저리 해 봐도 자리가 마땅치 않아 그만 애물단지가 되었었는데
이 그늘 아래 자리 잡아 놓고
울퉁 불퉁 의자라도 맞추어 놓으면 그런대로 쓸만 할듯...
그늘도 넉넉하고
바람도 시원하니
일 다 끝나면 신장개업식이나 해 봐야겠다
오실 분들
손들어 보실래요???